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에게 화두를 안겨준 에피소드를 한 가지 소개한다. 회사 단합대회였다. 저녁때 큰 방에 둘러앉아 술을 한잔씩 마셨다. 누군가가 오징어 한 마리를 구워 왔는데 우리 부서의 막내가 그것을 받았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여직원이었는데 다른 직원들과 나이 차도 꽤 났다. 그런데 그 사원은 다른 이들에게 먹어보란 말도 없이 오징어 몸통을 잘라 혼자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법을 어려서부터 잘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양보와 배려를 가르치는 건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사 오면 맛이 좋은 닭다리를 아이가 먹게 할 것인가 내가 먹어야 하는가가 고민스러웠다. 옛 어른들 말씀에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가 2개 있는데, 그 하나는 가뭄으로 바짝 마른 자기의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이고, 또 하나는 자기 아이의 입에 맛난 음식이 들어가는 소리라고 했다. 이처럼 모든 부모들은 자기보다 아이가 먹는 걸 보는 것을 더 좋아하리라. 그렇다고 늘 내가 양보하면 아이는 양보를 못 배울 것 같았고, 반면 만날 장유유서만 따지면 솔선수범을 못하는 것 같아서 어쩌면 좋을지 늘 고민했다. 결국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내가 양보를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이 정도면 잘 가르치는 것이겠지 하면서 위안했다.
지금 와서 정리해 보니까, 우선은 아이가 귀하게 대접받는 경험을 충분히 누리게 하고, 그러고 나서 양보하는 것을 배워도 늦지 않은 것 같다. 형이 동생에게 양보하지 않는다고 혼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당사자에게는 늘 억울한 일일 뿐이다. 충분히 경험해야 진정으로 양보할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양보를 꼭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지하철을 타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자녀와 같이 가는데도 부모가 아이를 앉히고 자신은 서서 가는 모습을 자주 본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만 해도 아이가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으면 부모가 앉고 아이를 세우는 것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게 뭐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런 일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을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고 중심에 놓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의 부모인 나도 세상의 중심이고, 아이의 옆집 친구도 세상의 중심이고, 아이가 잘 모르는 친구도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실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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