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어떤 아빠 되고 싶으세요?

등록 2008-03-09 15:31수정 2008-03-09 15:35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가족과 떨어져 외국에서 근무하는 분의 얘기다. 해외시장을 책임지는 일 자체도 고되었지만 국내에서 일할 때와는 달리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모임 참석도 빡빡했다. 하지만 정말 정서적으로 힘든 것은 국내에 있는 가족과의 관계였다.

특히 열 여섯살 된 외동딸과 더 친밀하게 지내고 싶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거리와 시간 차이, 바빠서 전화할 시간도 충분히 못 내는 것도 도전이었지만, 더 큰 이유는 공통의 관심사가 줄면서 막상 통화를 해도 안부 말고는 할 말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대화가 문제였다.

나는 코치로서 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것보다, 바라는 게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도록 돕고 싶었다. 실제 물리적인 창작이 일어나기에 앞서, 정신적인 창조가 먼저 일어나야 하는 법이다. 마치 무작정 나무를 자르기 전에 짓고 싶은 집의 모습을 그려보고 설계도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분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 딸이 인생에서 어떤 존재인가?”를 물었다. 잠시 생각한 뒤 그분은 딸이 “내 인생의 보물이고,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존재”라고 했다. “평소에는 친구처럼 친밀하되, 어렵고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는 딸이 먼저 의논을 청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것을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어보았다.

그런 관계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관심’이었다.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그런 것들은 모르고 있었고, 그다지 관심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아버지는 짧은 통화에서도 너무 교훈적인 얘기만 하려던 게 문제라는 걸 발견했다.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즐거움이 있고 가벼운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그런 다음 아이의 고민을 공감해주면서 멘토처럼 지혜로운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 때 원하는 관계가 가능하다고 느끼게 됐다. 이분은 아이 얘기를 더 잘 들어주려고 노력했고, 아이 친구들 이름은 메모해 외웠고, 아이가 한 말은 꼭 기억했다가 다음 통화에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고, 시간이 없고 바빠도 결국은 우리가 어떤 아버지가 될지, 자녀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방해 요소들도 있지만, 우리의 선택에 따라 그 방해물을 치우거나 조정할 수 있다. 마치 배를 타고 항해할 때 바람의 방향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지만, 돛은 우리의 의지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처럼.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