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초등학교 5학년 여자 아이가 직장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옆집 친구가 매니큐어를 가지고 왔는데 손톱에 칠하고 놀면 안 돼?”라는 질문을 했다. 예전 같으면 이 엄마는 이런 질문을 받고 “해도 돼.” 아니면 “안 돼.”라고 대답을 했을 텐데, 이제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네 맘대로 해도 돼.”라고 답을 했다. 그래도 아이는 못 미더운지 “해도 된다는 말이지?” 하며 엄마의 확답을 받으려고 재차 묻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까?
2005년에 작고한 20세기 최고의 석학, 피터 드러커는 수백년 후의 역사학자가 지금 우리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지목하게 될 것은 무엇이겠는가 묻는다. 그는 기술도, 인터넷도, 전자상거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전례 없는 생활 조건의 변화로 인해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통찰이다. 정보 지식사회는 산업사회와 비교해 정말로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하나의 답을 강요하던 삶의 모습에서 다양한 답이 공존하는 삶으로 변했다. 몇 가지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세상에서 수도 없이 많은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세상은 이렇게 변했고, 선택을 잘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초보운전을 면하려면 운전을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처럼 선택을 잘하려면 많이 해보도록 해야 한다. 우리들은 과연 아이들에게 충분하게 선택권을 주는가? 오히려 “넌 왜 그렇게 말이 많고 불만이 많니? 엄마 말대로 하면 일류대도 갈 수 있고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에게 부모가 한 선택을 두말없이 따라주길 원하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키우다가 성인이 다 되었을 때 배우자도 부모가 골라주고 그 책임도 부모가 지는 모습을 주위에서 드물지 않게 본다.
직접 선택하도록 해보자. 선택한 것을 시도하게 해보자. 어려서 학창시절에 어떤 선택을 잘못해 결과가 잘못된다면 얼마나 잘못될 것 같은가? 맞고 틀리고의 잣대를 가지고 자녀의 안을 자꾸 평가하거나 판단하게 된다면 아이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기도 꺼릴 것이고, 선택할 때 자꾸 부모의 눈치를 살피게 될 것이다. 내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좀 있더라도 웬만한 행동은 믿고 지지해 주자.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모험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부모로서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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