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혹은 좀 유식한 말로 긍정적인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해서 무조건 인정하고 칭찬해야 한다고 믿는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접근법은 과연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우울증 환자들의 심리 기저에는 ‘학습된 무기력’이란 개념이 있다는 걸 실험으로 입증했다. 개들을 바닥에 전기가 흐르는 공간에 넣어두면 처음에는 그 충격을 피해 이리저리 뛰지만 결국 어디로 가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다음에 공간을 전기가 흐르는 곳과 흐르지 않는 곳으로 나누어 첫번째 실험대상인 개와 함께 새로운 개들을 공간에 넣으면, 새로운 개들은 얼른 뛰어다니면서 충격이 없는 공간을 찾아내어 그리로 이동한 반면, 원래 있던 개들은 그냥 그 자리에서 신음을 하며 충격을 견디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내가 통제할 수 없었던 경험이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게 만드는 학습된 무기력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끄러운 소음에 노출된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어떤 반응을 보이면 소음이 꺼지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어떻게 해도 소음이 없어지지 않게 했다. 그 후, 간단한 문제풀기를 하도록 했을 때, 후자의 그룹은 문제해결 능력이 훨씬 약화되었다. 자신이 어떻게 해도 해결될 수 없었던 소음에서 무기력증을 느꼈고, 그것이 이어져서 문제를 푸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런 것은 예를 들어 폭력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면서도 저항하거나 도망치지 않는 사람, 자기를 괴롭히는 상대한테 의존하는 사람 등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한 가지. 학습된 무기력은 불행한 일을 통제할 수 없을 때도 나타나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일을 통제할 수 없을 때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이한테 무조건 칭찬만 하는 것은 아이들이 정말 잘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 버린다. 그렇기에 사려 깊은 부모라면 아이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인정해주고 칭찬해줄 수 있는 동시에, 문제 있는 행동에는 그것을 개선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도덕성을 전공한 학자들은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해 벌이 없다면, 도덕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코치로서 나는 고객을 지지하고 인정하지만, 필요할 때는 크게 도전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너무 자신을 작게 한정시키고 있을 때 더 큰 게임을 하도록 강력하게 촉구하거나,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흔들어 깨우는 것도 코치의 일이다. 왜 그런가? 코치는 고객의 잠재력을, 더 큰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좋은 선생님이라면, 학생의 현재 성취 수준을 그대로 인정해버리고 거기에 머물게 하는 대신, 열심히 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이. 부모의 일관성은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우리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그 존재를 무조건 사랑하는 것이 한 측면이라면,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그를 통해 무엇이 바람직한 행동인가를 배울 수 있도록 칭찬과 벌을 쓰는 조건적인 역할이 또 한 측면이다. 이 둘 간의 균형이라면, 나는 그것을 저울에 비유하지 않고 서핑하는 사람이 취하는 균형, 스키를 타는 사람이 취하는 균형처럼 동적인 것에 비유하겠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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