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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

등록 2009-11-05 15:32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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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민의 코믹소사이어티] 학생의 날 특집 - 제대로 알고서 벗어나기
기사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밝혀둘 부분이 있다. 사실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이하 「동경대」)는 학생의 날에 적합한 작품이 전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입식 교육의 입장에 서있는, 지긋지긋한 자기 계발서 형식의 만화이다. 학생의 인권이나 개성 따위는 이 만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만화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번 ‘학생의 날’에 꼭 이 만화를 다루고 싶은 이유는,「동경대」는 ‘주입식 교육의 정점’에서 철저하게 주입식 교육의 해법을 논하기 때문이다.

터놓고 말해보자. 한국 교육은 일본 교육과 미국 교육의 특성을 모방한 괴상한 형태이다. 학제나 수능은 미국식인데 정작 학교 내부 체제는 일본식인 앞뒤가 전혀 다른 괴물이다. 그나마 수능이 도입된 취지가 ‘단순 암기식 교육을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 증진을’ 위해서 였지만 이미 수능은 본래의 취지가 정반대의 시험이 되어버렸다. 안일했던 관료들의 생각도 한 몫했지만, 한국의 비정상적인 사교육 시장은 수능도 일본식 시스템처럼 단순 암기식 체제로 탈바꿈시켰다. 그런 점에서 한국 교육의 속살은 일본식 주입식 교육 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타 노리후사는 「동경대」에서 철저하게 일본의 주입식 교육 체제에서 살아남는 법을 설파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주입식 교육 체제에서는 주입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지식을 이해하기 보다는 센터 시험(일본의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에서 어떻게 하면 한 문제를 더 맞출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어차피 대학 입시에서 잠재적 능력이나 인성을 따지지 않으니 철저하게 요령을 배워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인 것이다.

당연히 이런 주장에는 반론이 생기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사람이지, 어디 공부하는 기계이냐고. 만화가는 이 반론을 가볍게 방어한다. 그러면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맞지 못하게 해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냐고. 「바이러스」나 기자나 항상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모두가 알다시피 참담하다. 참교육을 소리 높여 내세우는 교사도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대부분은 참교육의 이상을 잠시 묻어놓고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는 요령을 가르치기에 바쁘다. 아무리 잠재력이 좋은 청소년일지라도 성적이 좋지 않거나 대학에 가지 않으면 빛을 발하지 못한다. 한국 교육은 시궁창 속에 놓여 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동경대」를 달달 읽고서 책에 나온 요령을 (일본의 현실에 맞쳐있지만, 일본과 한국의 교육 상황이 비슷한 상황에서 일부 요령은 실제로 도움이 되기는 한다.) 착실히 따라 명문대학에 가면 되는 걸까? 그건 시궁창의 지배자가 되는 것에 불과하다. 지배자는 지배자지만, 시궁창이라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시궁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시궁창의 구조을 체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구조를 모르고서 그냥 마구잡이 탈출하려고 하면 절대 시궁창에서는 나올 수 없다. 「동경대」는 주입식 교육이라는 시궁창에서 잘 살게 해주는 지침서다. 지침서인 만큼 주입식 교육의 구조도 세세하게 나와있다. 즉, 거꾸로 생각하면 시궁창을 벗어날 수 있는 지도의 역할을 한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깨닫고서,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 청소년, 학부모, 교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이 만화를 가장 유용하게 읽는 방식인 것이다.

60여 년간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아 더없이 더러운 시궁창이고, 「동경대」 자체가 일본의 현실에 집중되어있는 만큼 출구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길을 계속 찾아보자. 이제 기자는 12년간의 주입식 교육에 벗어나 곧 스펙과 취업이라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 대학으로 가게 되지만, 여러분이 시궁창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도록 손전등을 비춰줄 생각이다. 비록 힘이 무력할지라도 결코 절망하지는 말자. 제대로 깨닫고 문제점을 인식하는 순간, 길은 이미 발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이번 학생의 날을 맞아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너무나 늦게 한국 교육이 시궁창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소년의 메시지이다.

■ 이번 <코믹 소사이어티>에서 소개된 만화

ⓒ 미타 노리후사 / 고단샤 / 랜덤하우스코리아㈜ 북박스
ⓒ 미타 노리후사 / 고단샤 / 랜덤하우스코리아㈜ 북박스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 : 미타 노리후사 만화, 김완 번역. 원제는 「드래곤 사쿠라」이며 일본에서는 고단샤(講談社)의 주간 성인 만화 잡지 『모닝』에서 연재했었다. 한국에서는 랜덤하우스코리아㈜ 북박스에서 출간을 하였다. 총 21권으로 완결되었다.

일본에서 연재 당시 엄청난 열기가 일었고, 이 만화를 소재로 하거나 모티브로 한 인생 지침서나 자기 계발서가 붐을 일었고, 인기에 힘입어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특히 만화에 소개된 참고서의 판매량이 급상승해 일본 입시 교육계에 파란이 불기도 했었다. 한국에서도 만화의 자체의 흥미로움과 함께 번역가 김완의 자연스러운 번역, 그리고 자체적으로 한국의 실정에 맞는 부가 자료 ( 「오르비스 옵티무스」 운영장의 인터뷰와 공부 비법을 실었다.) 를 게재하는 등 여러모로 정성을 기울인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공부의 신」 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를 제작 중에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기 계발서는 자기 계발서. 자기 계발서는 그 체제에 맞추어 성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정말 이 교육을 바꾸고 싶다면, 반대로 거꾸로 책을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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