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자율협 사립고 신입생 선발 전산추첨이 이뤄진 1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합격자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외고 개편안 문제 뭔가
전체 외고 학생수 5년안에 12% 줄이면돼
입학사정관제, 독서이력·학습계획 등 평가
또다른 사교육·입시컨설팅 불지필 가능성
전체 외고 학생수 5년안에 12% 줄이면돼
입학사정관제, 독서이력·학습계획 등 평가
또다른 사교육·입시컨설팅 불지필 가능성
10일 정부와 여당이 합의해 발표한 ‘외고체제 최종 개편안’은 외고의 선발권을 그대로 인정해 주면서, 학생 수도 시안과 달리 소폭 축소에 그쳐 ‘알맹이가 빠졌다’는 게 교육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사립외고들은 대부분 현행 외고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내신은 영어성적만 반영한다면서도 학생부 전체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나 입학사정관제 평가 항목으로 독서 이력과 학습계획서 등을 내도록 한 것 등은 또다른 사교육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외고 존속 조건 완화 개편안은 사립외고가 학생 수를 2015학년도부터 한 학년당 10반, 학급당 25명씩 총 750명으로 줄이면 지금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6개 외고의 경우 2010학년도 선발 인원을 기준으로 하면, 대원·대일·명덕·한영외고는 40%를, 서울외고는 29%를 줄여야 한다. 이화외고의 경우 선발 인원이 210명이어서 학생 수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 전국의 30개 외고 전체를 놓고 보면 학교당 12%(100명) 정도만 줄이면 된다. 이는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시안인 5분의 1 수준(학생 수를 학급당 20명, 학교당 160~170여명)으로 축소하는 것보다 훨씬 후퇴한 것으로, 사실상 ‘외고 존속’을 인정한 셈이다. 교과부는 등록금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한 외고들의 반발 때문에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교과부는 정원 축소로 인한 재정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남는 교사를 시·도교육청에서 전원 수용하고, 환경개선지원금 등 지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과부가 외고에 지원하는 교부금 액수가 지금도 일반계고의 9배에 이르고,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도 일반계고의 2배가 넘는 점을 고려할 때 외고에 대한 명백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천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부소장은 “외고 존속 조건을 이렇게 완화하면 자사고나 국제고로 전환하는 외고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외고에 무릎을 꿇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 또다른 사교육 유발 가능성 외고 입학전형 개선안도 사교육을 잡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편안은 각종 경시대회와 공인 영어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과 영어듣기평가도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는 그동안 외고가 내놓은 입시 개선안과 거의 같다. 게다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면서 독서 이력을 생활부에 기록하도록 하고, 학습계획서와 교장추천서를 내도록 한 것은 또다른 사교육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신은 영어성적만 반영한다면서도 학생부 전체를 제출하게 한 점도 외고가 전 과목 성적 우수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사실상 선발권을 보장한 측면이 강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윤봉 ‘인간교육 실현 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교장은 전 과목이 우수한 학생들에 한해 추천서를 써줄 것이 분명하고, 학습계획서와 독서 이력을 관리해주는 컨설팅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길 것”이라며 “학생부 전체를 제출하도록 한 것도 ‘입학사정관들이 재량껏 우수한 학생을 뽑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 자기모순에 빠진 개선안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그동안 논란이 돼온 ‘어학 영재 양성’이라는 외고의 설립 목적을 ‘어학 인재 양성’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일반계고에서 영어중점학교를 만들어 어학 우수자를 교육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세워, 외고의 존속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일반계고에서도 어학 우수자를 양성할 수 있는데, 어학 ‘영재’가 아닌 ‘인재’를 양성하는 외고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교과부는 외고가 입학전형(안)을 어기면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을 만들고, 5년 단위로 운영을 평가해 재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송경원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은 “지금까지 외고들이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을 금지하는 지침도 어기며 우수학생 선발에 골몰해왔는데도 처벌하지 못한 것에 비춰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서울 6개 외고의 경우 2010학년도 선발 인원을 기준으로 하면, 대원·대일·명덕·한영외고는 40%를, 서울외고는 29%를 줄여야 한다. 이화외고의 경우 선발 인원이 210명이어서 학생 수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 전국의 30개 외고 전체를 놓고 보면 학교당 12%(100명) 정도만 줄이면 된다. 이는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시안인 5분의 1 수준(학생 수를 학급당 20명, 학교당 160~170여명)으로 축소하는 것보다 훨씬 후퇴한 것으로, 사실상 ‘외고 존속’을 인정한 셈이다. 교과부는 등록금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한 외고들의 반발 때문에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교과부는 정원 축소로 인한 재정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남는 교사를 시·도교육청에서 전원 수용하고, 환경개선지원금 등 지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과부가 외고에 지원하는 교부금 액수가 지금도 일반계고의 9배에 이르고, 지자체가 지원하는 보조금도 일반계고의 2배가 넘는 점을 고려할 때 외고에 대한 명백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천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부소장은 “외고 존속 조건을 이렇게 완화하면 자사고나 국제고로 전환하는 외고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외고에 무릎을 꿇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 또다른 사교육 유발 가능성 외고 입학전형 개선안도 사교육을 잡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편안은 각종 경시대회와 공인 영어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과 영어듣기평가도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는 그동안 외고가 내놓은 입시 개선안과 거의 같다. 게다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면서 독서 이력을 생활부에 기록하도록 하고, 학습계획서와 교장추천서를 내도록 한 것은 또다른 사교육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신은 영어성적만 반영한다면서도 학생부 전체를 제출하게 한 점도 외고가 전 과목 성적 우수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사실상 선발권을 보장한 측면이 강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윤봉 ‘인간교육 실현 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교장은 전 과목이 우수한 학생들에 한해 추천서를 써줄 것이 분명하고, 학습계획서와 독서 이력을 관리해주는 컨설팅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길 것”이라며 “학생부 전체를 제출하도록 한 것도 ‘입학사정관들이 재량껏 우수한 학생을 뽑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 자기모순에 빠진 개선안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그동안 논란이 돼온 ‘어학 영재 양성’이라는 외고의 설립 목적을 ‘어학 인재 양성’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일반계고에서 영어중점학교를 만들어 어학 우수자를 교육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세워, 외고의 존속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일반계고에서도 어학 우수자를 양성할 수 있는데, 어학 ‘영재’가 아닌 ‘인재’를 양성하는 외고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교과부는 외고가 입학전형(안)을 어기면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을 만들고, 5년 단위로 운영을 평가해 재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송경원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은 “지금까지 외고들이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을 금지하는 지침도 어기며 우수학생 선발에 골몰해왔는데도 처벌하지 못한 것에 비춰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