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에 번호 매기면 글흐름 ‘한눈에’

최고의 경지 ‘분석적 읽기 단계’
내용파악 넘어 비판적 해석 가능

김창석 기자의 서술형 논술형 대비법 /

⑥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중
⑦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하)
⑧ 글을 읽자마자 5개의 질문을 만든다

분석적으로 읽기 단계는 서술형·논술형 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글 읽기에서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분석적으로 읽게 되면 글의 주제와 중심 내용, 세부 내용을 구분하게 된다. 또 전체 글의 구성과 흐름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줄도 알게 된다. 다음 글은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①시장에서는 반드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②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③시장에서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 한 개 또는 극소수인 경우 그 공급량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시장 가격이 좌우된다. ④공급자가 하나일 경우를 독점, 소수의 경우를 과점이라고 한다.

⑤일부 특정 분야의 독점은 기업들의 중복 및 과잉 투자를 방지하여 전체적인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⑥그러나 일반적으로 독과점이 되면, 소비자들은 여러 상품에 대한 비교를 통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없고, 정상적인 가격보다 더 높은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⑦이와 같은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는 독과점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⑧독점 외에도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공정한 경쟁을 피하고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만의 이익을 챙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⑨그 결과 많은 사람들과 건전한 기업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혼란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글에 대한 구조적 분석을 위해 문장에 번호를 매겨보았다(교과서에는 번호가 없다). 글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읽기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렇게 문장에 번호를 매겨가면서 글을 분석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권할 만하다. 번호를 매겨본다는 것은 순서와 흐름을 신경 쓰면서 글을 읽는다는 걸 뜻한다. ‘왜 이런 순서로 글을 썼을까’, ‘왜 이 문장에는 이런 내용을 썼을까’, ‘왜 이 문단에는 이런 내용들을 모아놓았을까’와 같이 생각하다 보면 글쓴이의 의도와 계산, 계획 등을 파악하는 힘이 생긴다.

위의 글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는 독과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열쇳말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독점·과점’, ‘독과점의 폐해’ 등이다. 모두 아홉 개의 문장인데 열쇠 문장은 ⑥번과 ⑦번이라고 할 수 있다. ④번까지의 첫번째 문단에서는 ‘독점’과 ‘과점’이라는, 글을 이끌어가는 핵심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또 첫번째 문단은 두번째 문단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사전 지식을 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 마지막 문단은 독과점 이외에도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고, 이런 불공정 경쟁 때문에 사회적인 혼란과 갈등이 생겨난다는 얘기를 다루고 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본격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글의 주제와 중심 내용, 세부 내용을 찾아보자. 글의 주제는 ‘(자유 시장 경제에서의) 공정한 경쟁질서와 독과점(의 폐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중심 내용은 한두 문장 정도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 한 개나 소수일 때를 독과점이라고 하는데, 독과점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막고 가격을 높임으로써 경제적 불이익과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에 국가는 법과 제도로써 독과점을 막는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글을 읽은 뒤 정리하다 보면 주제보다 중심 내용을 먼저 파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세부 내용은 중심 내용을 이루는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내는 것도 분석적인 읽기에서 요구된다. 위에 소개한 글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을까를 알아내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공정한 경쟁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왜 중요한가’가 앞에 오고, ‘과도한 사익 추구를 막고 공동체 의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가 뒤에 오게 된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면 분석적으로 읽기 능력이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김창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