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우리말 논술 4.모모
중학진로독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 이 책, 알고 보면 재미있다! <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한미희 옮김/비룡소 작가 미하엘 엔데(1929~1995)는 남부 독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초현실주의 화가였고 어머니 역시 화가였다. 부모의 예술가적 기질을 물려받은 엔데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 연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2차 대전 후 연극배우, 연극평론가, 연극기획자로 활동했고, 1960년에 첫 작품 <기관차 대여행>을 발표하여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1970년에 <모모>를, 1979년에 <끝없는 이야기>를 내어 세계 문학계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밖에 <마법의 설탕 두 조각> <거울 속의 거울> <망각의 정원> 등의 작품을 남겼다. 엔데는 여러 작품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풀어놓았으며,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을 비판한 철학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내용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은 폐허가 된 원형극장에 모모라는 소녀가 찾아들면서 시작된다. 모모가 부모 없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마을 사람들은 원형 극장을 고쳐 방을 만들어 주고 옷과 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모모만 만나면 엉켰던 문제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 비결은 모모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 상대방은 말을 하는 중에 어느새 자기가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무언지를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도시에 회색신사들이 눈에 띄면서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들은 시간을 훔쳐서 목숨을 이어가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시간을 절약하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부추기어 시간을 빼앗는다. 회색신사들을 만난 사람들은 돈을 더 벌게 됐지만 정신적으론 오히려 빈곤해지고 획일화되어 갔다.
회색신사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는 단 한 사람은 바로 모모. 그들이 모모를 잡으러 왔지만, 모모는 거북의 안내로 시간의 근원지 호라 박사의 집으로 들어간다. 호라 박사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주는 존재이다. 모모는 그곳에서 마음속 시간의 꽃을 만나는 신비한 체험을 한다. 모모가 다시 원형극장으로 돌아왔을 땐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사이 세상은 온통 회색신사들의 뜻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모모는 다시 회색신사들에게 쫓기어 호라 박사를 찾아간다. 회색신사들이 호라 박사 집을 에워싸자 모모는 호라 박사가 준 시간의 꽃을 들고 회색신사들의 본거지를 찾아간다. 호라 박사가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한 사이 회색신사들은 계속 시간을 소비하다가 한 명씩 사라지고, 모모가 갖고 있는 시간의 꽃을 빼앗으려고 허둥대다 결국 그들의 생명줄인 시간을 놓쳐 최후의 한 명마저 사라진다. 회색신사들이 사라지자 회색신사들이 빼앗아 둔 시간의 꽃들이 원래 있었던 곳인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돌아간다. 세상은 다시 여유 있고 활기찬 모습이 되었다.
■ 깊이 생각하기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을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므로 소설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살핌으로써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모모는 이 세상 모든 것, 사람은 물론 동물들, 빗줄기, 바람에까지 귀를 기울였다. 온 마음으로 경청해 주는 모모 곁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회색신사마저도 모모 앞에서 자기의 속마음을 드러낼 정도였다. 모모의 이런 태도는 시간을 내어 느긋하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말해준다. 호라 박사는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는 누구나 마음속에 시간의 꽃이 있으며, 그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다며,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회색신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라고 말하며 시간을 최대한 아껴 씀으로써 그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작가는 회색신사들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위해 진정한 기쁨도 모른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만 매달리는 불행한 현대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결말에는 모모가 되찾은 도시의 새로운 모습이 나온다. “어디서나 사람들이 서서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자세히 물었다. 일하러 가는 사람도 창가에 놓인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거나 새에게 모이 줄 시간이 있었다. 의사들은 환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껏 돌볼 시간이 있었다. 노동자들도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편안히 일할 수 있었다.” 이런 결말을 보더라도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 지금 이 시간, 현재를 아낌없이 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모모는 이탈리아어로 ‘지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모는 옛 원형극장 터에서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충실히 들어주면서 현재를 충만하게 살았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모모는 늘 시간이 많았다. 모모와 절친한 청소부 베포의 삶도 그러했다. 베포는 책에서 “한 걸음에 한 번 숨쉬고, 한 번 비질하고, 가끔 서서 우두커니 생각에 잠기다 보면 종종 위대한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한다. 이런 베포의 모습은 “시간이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한 작가의 말과 일치한다.
■ 책 속에 나 있다 물질적 풍요 위해 아등바등 vs 현재에 아낌없이 충실한 삶 모모에게서 배우는 ‘자기성찰지능’ 모모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재주를 갖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였다.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문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끔 그렇게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던 것이다. 다중지능이론을 보면 모모의 이런 재능은 ‘자기성찰지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중지능이론은 하버드대 교육학과 교수 하워드 가드너가 처음으로 주창했는데, 그는 인간의 정신 능력은 모두 다르다는 전제 아래 누구나 하나 이상은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이 바로 ‘지능’이라고 주장한다. 가드너는 다중지능을 언어지능, 음악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주의지능 등 8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덟 가지 지능 중에 2~3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간혹 어떤 사람은 8가지가 골고루 발달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모모의 비범성인 자기성찰지능은 ‘자기이해지능’이라고도 불린다. 이 지능이 발달된 사람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스스로 내면의 욕구와 동기, 의도 등을 잘 인식할 수 있다. 호라 박사가 특별히 모모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던 까닭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것은 모모가 마음속 시간에서 울리는 음악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모모가 호라 박사의 안내로 자기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만났던 꽃은 모모가 간절히 그리워했던 그 어떤 것이었다. 모모처럼 자기성찰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소리에 민감하고 충실하다.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끈질기게 노력한다. 이들은 또 자신의 내적 심리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어떤 문제가 주어질 때 본질적인 질문을 곧잘 던진다. 조용히 명상함으로써 내면을 들여다보고 통찰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신적인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자기성찰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철학자,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사, 수도자, 소설가, 범죄연구원 등의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성찰지능은 다른 7가지 지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유형이기도 하다. 아무리 뛰어난 언어지능을 지니고 있어도 자기성찰지능이 부족하면 작가나 아나운서 같은 직업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그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모르고선 신념을 바쳐 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성찰지능은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노력을 해서라도 꼭 기를 필요가 있다. 모모가 밤이면 혼자서 거대한 정적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곤 했던 것처럼 하루에 잠깐이라도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을 돌아보고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게 무엇인지, 화가 났다면 왜 화가 났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일기쓰기나 낙서하기, 시 읽기 등을 자주 하는 것도 좋다.
■ 나대로 책 읽기 남을 이기려고 쓰는 시간은 ‘무의미’ 월촌중 3학년 이승현
“나는 다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있을까?” 그동안 나는 남의 말을 열심히 들을 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모모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모든 생각을 그만두고 오직 그 사람에게만 집중해서 듣는다. 그렇게 해서 회색신사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진정으로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다. 모모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면 상대방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러려면 말을 아주 조리 있게 잘해야 한다. 그러나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듣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꼼꼼히 잘 들어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나는 사회적 약자들을 변호해 주고 싶다. 법을 잘 몰라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없거나 돈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들 말이다.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면 정말 열심히 들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진심으로 듣는 연습을 해야겠다.
<모모>의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모모가 시간의 근원지에 간 장면이다. 그곳에서 모모는 빛의 기둥과 그 안에서 움직이는 별의 추, 그리고 빛이 비추는 연못에서 추가 양쪽으로 움직일 때마다 생겨나는 아름다운 꽃을 보았다. 또 빛의 기둥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리는 모모가 가끔씩 밤에 정적 속에서 귀를 기울였을 때 어딘가에서 들려 왔던 음악이었다. 이 부분에서 묘사된 모든 것은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를 표현하고 있다. 모모가 시간의 근원지에서 돌아왔을 때, 사실 그곳은 자기 마음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고, 나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사실 시간은 모자라지 않는다. 모모는 항상 자기 시간을 친구들과 나누며 행복을 느꼈다. 내가 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시간을 너무 아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목표로 삼아 기쁘게 시간을 보내느냐이다. 목표만을 쫓아가며, 남을 이기려는 목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은 결국 시간을 무의미하게 쓰는 것이다. <모모>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이 여유를 잃고 살 때, 회색신사들이 사람들의 ‘시간의 꽃’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것이 무작정 바쁘게만 살다가 ‘내가 지금까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 하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봤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급한 마음으로 앞만 보고 달리는 것보다,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돌아보아야겠다.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시간을 담는 그릇>
미하일 일리인 지음 박수현 옮김/아이세움 <모모>의 표지에 나와 있듯이 시간의 근원지 호라 박사의 집에는 다양한 모양의 수많은 시계들이 있다. 물론 그 시계들이 가리키는 시간은 모두 달랐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시간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언제부터 시간을 재기 시작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재미있는 책이 바로 <시간을 담는 그릇>이다. 이 책의 작가 미하일 일리인은 러시아의 아동 문학가이자 과학소설가로 과학과 역사에 관한 재미난 글들을 많이 썼다. 이 책은 어떻게 해서 맨 처음 시계가 생겨나 오늘날과 같은 시계로 발전하게 됐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이 맨 처음 시간을 재던 방식은 기원전 4000년께 그림자 길이를 발로 쟀던 것이다. ‘그노몬’이라 불리는 그림자 기둥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했다. 하지만 이 시계는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시계는 인도의 바라문 승려가 만들었다는 지팡이 시계다. 팔각형으로 만든 지팡이의 윗부분 각각의 면마다 조그만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고 그 안에 짧은 바늘이 하나 꽂혀 있다. 이 승려는 길을 가다가 시간을 알고 싶으면 꼭대기에 달려 있는 끈을 쥐고 지팡이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그러면 지팡이 각각의 면에 붙어 있는 바늘의 그림자가 시각을 알려주었다. 면을 여덟 개로 한 것은 계절에 따라 태양이 움직이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 사람들은 좀 더 정확한 해시계를 만들었고, 밤에도 시간을 잴 수 있는 물시계도 만들었다. 물 대신 우유나 모래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어떤 곳은 양초가 타는 시간으로 시간을 재기도 했다. 시계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분동이 달린 시계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분동이란 무게를 달 때 한쪽 저울판에 올려놓는 금속추를 일컫는 말이다. 분동을 이용한 시계를 만든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가들은 십자군이 아라비아에서 가져온 것이 최초라고 전하고 있다. 분동이 달린 시계는 바로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던 ‘감는 도르래’를 흉내 낸 것이다. 두레박은 분동에 해당하고, 손잡이는 시곗바늘에 해당한다. 또 한 번 시계 역사를 바꾼 것은 진자의 발명이다. 정확히 1초 간격으로 흔들리는 진자를 찾아낸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 뒤 시계는 계속 개량되고 발전되어 태엽으로 작동하는 시계를 거쳐 이제는 음차시계, 수정시계, 원자시계, 전자시계에 이어 디지털시계까지 등장하게 된다. 이 책은 시계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면서도 곳곳에 시계와 관련된 인물들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난이도 수준-중2~고1] ■ 이 책, 알고 보면 재미있다! <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한미희 옮김/비룡소 작가 미하엘 엔데(1929~1995)는 남부 독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초현실주의 화가였고 어머니 역시 화가였다. 부모의 예술가적 기질을 물려받은 엔데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 연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2차 대전 후 연극배우, 연극평론가, 연극기획자로 활동했고, 1960년에 첫 작품 <기관차 대여행>을 발표하여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1970년에 <모모>를, 1979년에 <끝없는 이야기>를 내어 세계 문학계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밖에 <마법의 설탕 두 조각> <거울 속의 거울> <망각의 정원> 등의 작품을 남겼다. 엔데는 여러 작품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풀어놓았으며,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을 비판한 철학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내용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은 폐허가 된 원형극장에 모모라는 소녀가 찾아들면서 시작된다. 모모가 부모 없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마을 사람들은 원형 극장을 고쳐 방을 만들어 주고 옷과 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모모만 만나면 엉켰던 문제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 비결은 모모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 상대방은 말을 하는 중에 어느새 자기가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무언지를 깨닫게 되었다.
〈모모〉
■ 깊이 생각하기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을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므로 소설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살핌으로써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모모는 이 세상 모든 것, 사람은 물론 동물들, 빗줄기, 바람에까지 귀를 기울였다. 온 마음으로 경청해 주는 모모 곁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회색신사마저도 모모 앞에서 자기의 속마음을 드러낼 정도였다. 모모의 이런 태도는 시간을 내어 느긋하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말해준다. 호라 박사는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는 누구나 마음속에 시간의 꽃이 있으며, 그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다며,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회색신사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라고 말하며 시간을 최대한 아껴 씀으로써 그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작가는 회색신사들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위해 진정한 기쁨도 모른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만 매달리는 불행한 현대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결말에는 모모가 되찾은 도시의 새로운 모습이 나온다. “어디서나 사람들이 서서 다정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자세히 물었다. 일하러 가는 사람도 창가에 놓인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거나 새에게 모이 줄 시간이 있었다. 의사들은 환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껏 돌볼 시간이 있었다. 노동자들도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편안히 일할 수 있었다.” 이런 결말을 보더라도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 지금 이 시간, 현재를 아낌없이 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모모는 이탈리아어로 ‘지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모는 옛 원형극장 터에서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충실히 들어주면서 현재를 충만하게 살았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모모는 늘 시간이 많았다. 모모와 절친한 청소부 베포의 삶도 그러했다. 베포는 책에서 “한 걸음에 한 번 숨쉬고, 한 번 비질하고, 가끔 서서 우두커니 생각에 잠기다 보면 종종 위대한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한다. 이런 베포의 모습은 “시간이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한 작가의 말과 일치한다.
■ 책 속에 나 있다 물질적 풍요 위해 아등바등 vs 현재에 아낌없이 충실한 삶 모모에게서 배우는 ‘자기성찰지능’ 모모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재주를 갖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재주였다.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문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끔 그렇게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던 것이다. 다중지능이론을 보면 모모의 이런 재능은 ‘자기성찰지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중지능이론은 하버드대 교육학과 교수 하워드 가드너가 처음으로 주창했는데, 그는 인간의 정신 능력은 모두 다르다는 전제 아래 누구나 하나 이상은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이 바로 ‘지능’이라고 주장한다. 가드너는 다중지능을 언어지능, 음악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주의지능 등 8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덟 가지 지능 중에 2~3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간혹 어떤 사람은 8가지가 골고루 발달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모모의 비범성인 자기성찰지능은 ‘자기이해지능’이라고도 불린다. 이 지능이 발달된 사람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스스로 내면의 욕구와 동기, 의도 등을 잘 인식할 수 있다. 호라 박사가 특별히 모모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던 까닭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것은 모모가 마음속 시간에서 울리는 음악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모모가 호라 박사의 안내로 자기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만났던 꽃은 모모가 간절히 그리워했던 그 어떤 것이었다. 모모처럼 자기성찰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소리에 민감하고 충실하다.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끈질기게 노력한다. 이들은 또 자신의 내적 심리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어떤 문제가 주어질 때 본질적인 질문을 곧잘 던진다. 조용히 명상함으로써 내면을 들여다보고 통찰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신적인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자기성찰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철학자,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사, 수도자, 소설가, 범죄연구원 등의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성찰지능은 다른 7가지 지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유형이기도 하다. 아무리 뛰어난 언어지능을 지니고 있어도 자기성찰지능이 부족하면 작가나 아나운서 같은 직업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그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모르고선 신념을 바쳐 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성찰지능은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노력을 해서라도 꼭 기를 필요가 있다. 모모가 밤이면 혼자서 거대한 정적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곤 했던 것처럼 하루에 잠깐이라도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을 돌아보고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게 무엇인지, 화가 났다면 왜 화가 났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일기쓰기나 낙서하기, 시 읽기 등을 자주 하는 것도 좋다.
■ 나대로 책 읽기 남을 이기려고 쓰는 시간은 ‘무의미’ 월촌중 3학년 이승현
월촌중 3학년 이승현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시간을 담는 그릇〉
미하일 일리인 지음 박수현 옮김/아이세움 <모모>의 표지에 나와 있듯이 시간의 근원지 호라 박사의 집에는 다양한 모양의 수많은 시계들이 있다. 물론 그 시계들이 가리키는 시간은 모두 달랐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시간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언제부터 시간을 재기 시작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재미있는 책이 바로 <시간을 담는 그릇>이다. 이 책의 작가 미하일 일리인은 러시아의 아동 문학가이자 과학소설가로 과학과 역사에 관한 재미난 글들을 많이 썼다. 이 책은 어떻게 해서 맨 처음 시계가 생겨나 오늘날과 같은 시계로 발전하게 됐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이 맨 처음 시간을 재던 방식은 기원전 4000년께 그림자 길이를 발로 쟀던 것이다. ‘그노몬’이라 불리는 그림자 기둥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했다. 하지만 이 시계는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시계는 인도의 바라문 승려가 만들었다는 지팡이 시계다. 팔각형으로 만든 지팡이의 윗부분 각각의 면마다 조그만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고 그 안에 짧은 바늘이 하나 꽂혀 있다. 이 승려는 길을 가다가 시간을 알고 싶으면 꼭대기에 달려 있는 끈을 쥐고 지팡이를 아래로 늘어뜨렸다. 그러면 지팡이 각각의 면에 붙어 있는 바늘의 그림자가 시각을 알려주었다. 면을 여덟 개로 한 것은 계절에 따라 태양이 움직이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 사람들은 좀 더 정확한 해시계를 만들었고, 밤에도 시간을 잴 수 있는 물시계도 만들었다. 물 대신 우유나 모래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어떤 곳은 양초가 타는 시간으로 시간을 재기도 했다. 시계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분동이 달린 시계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분동이란 무게를 달 때 한쪽 저울판에 올려놓는 금속추를 일컫는 말이다. 분동을 이용한 시계를 만든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가들은 십자군이 아라비아에서 가져온 것이 최초라고 전하고 있다. 분동이 달린 시계는 바로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던 ‘감는 도르래’를 흉내 낸 것이다. 두레박은 분동에 해당하고, 손잡이는 시곗바늘에 해당한다. 또 한 번 시계 역사를 바꾼 것은 진자의 발명이다. 정확히 1초 간격으로 흔들리는 진자를 찾아낸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 뒤 시계는 계속 개량되고 발전되어 태엽으로 작동하는 시계를 거쳐 이제는 음차시계, 수정시계, 원자시계, 전자시계에 이어 디지털시계까지 등장하게 된다. 이 책은 시계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면서도 곳곳에 시계와 관련된 인물들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임성미 독서교육전문가·〈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 저자, 이승이 한샘글로피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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