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수기
[함께하는 교육] 고등학교 진학수기 /
대구 달구벌고 1학년 정석훈군
지난해 이맘때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학교와 집에서 많은 갈등을 빚었다. 이른바 모범생이었던 내가 고등학교 진학 문제를 털어놓자 집과 학교에선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곤 이유도 묻지 않고 일단 야단부터 치며 왜 그러냐는 질문만 반복했다.
당시 나는 우리나라 교육 제도에 큰 불만이 있었다. 모두가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똑같은 옷을 입은 채 같은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교육, 그런 교육을 받으러 학교에 다니기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난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들어주는 학교를 원했다.
시골의 중학교 교육에도 그 정도로 불만을 가졌던 난 결국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제야 학교에서는 내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담임선생님은 대안교육에 대해 설명하며 대안교육을 지향하는 고등학교를 몇 군데 추천해주셨다.
추천해주신 대안학교 서너 곳 가운데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먼저 둘러보았던 달구벌고는 가을 산으로 포근하게 감싸인 아름답고 작은 학교였다. 그날로 집에서 달구벌고 누리집을 찾아보았다.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많은 글을 보면서 내가 찾던 학교라는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마음에 드는 학교를 찾았으니 그날부터 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원서를 쓰면서도 단지 마음에 드는 학교라는 생각만 했을 뿐 이 학교에 반드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떨어질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다르게 1차 서류 전형에 이어 2차 면접 심사까지 무난히 통과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이뤄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이미 일반계, 전문계고 친구들에게 들은 것이 있는지라 고등학교 오리엔테이션은 재미없고 조잡한 프로그램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했던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정말 색다른 프로그램들의 집합체였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드디어 무언가 소통이 이루어지는 느낌이었다.
학교생활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달구벌고는 ‘작은 학교’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학교처럼 1반, 2반으로 나뉘는 것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학교 안의 또다른 학교이다. 본인의 흥미와 진로를 고려해서 결정하는데, 내가 선택한 건 생태학교였다. 말 그대로 생태적 활동을 하는 학교인데, 그 활동에는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함께 흙장난, 물장난을 하면서 심었던 옥수수, 고추, 방울토마토를 따면서 노작이 이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구벌고는 공부도 하지 않고 시험도 치지 않는 학교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달구벌고는 인가된 대안학교(정식 명칭은 일반계 특성화고등학교)로서 나라에서 요구하는 교과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그에 따라 일반계 고등학교와 동일한 방식으로 시험이 치러진다. 대신 교과과정을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의 진로를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달구벌고가 모든 교육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우리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혹시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중학생이라면 달구벌고의 문을 두드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구 달구벌고 1학년 정석훈군
학교생활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달구벌고는 ‘작은 학교’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학교처럼 1반, 2반으로 나뉘는 것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학교 안의 또다른 학교이다. 본인의 흥미와 진로를 고려해서 결정하는데, 내가 선택한 건 생태학교였다. 말 그대로 생태적 활동을 하는 학교인데, 그 활동에는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함께 흙장난, 물장난을 하면서 심었던 옥수수, 고추, 방울토마토를 따면서 노작이 이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구벌고는 공부도 하지 않고 시험도 치지 않는 학교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달구벌고는 인가된 대안학교(정식 명칭은 일반계 특성화고등학교)로서 나라에서 요구하는 교과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그에 따라 일반계 고등학교와 동일한 방식으로 시험이 치러진다. 대신 교과과정을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의 진로를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달구벌고가 모든 교육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우리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혹시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중학생이라면 달구벌고의 문을 두드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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