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수기
[함께하는 교육] 고등학교 진학수기 /
광주 동명고 1학년 지현근군
체육대회와 동아리 활동, 시험 준비로 바빴던 고등학교에서의 한 학기가 지나가고 들판이 노랗게 익어가는 계절이 돌아왔다.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온 지 벌써 1년이나 되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2년간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 유학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학교를 많이 알아봤다. 그러나 9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중국과는 다르게 3월에 시작되는 한국의 학기 제도 때문에 복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덜컥 겁이 났다. 복학을 하면 나보다 어린 후배들과 함께 공부해야 하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 학원을 알아보던 중 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친구가 ‘기독교 대안학교’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기독교 정신을 살려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또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허물없는 모습을 보고 ‘내가 바라던 학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기독교 대안학교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많은 학교가 있었지만 거의 모든 학교가 전기에 모집을 했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학교도 있었지만 고등학교 인가가 나지 않은 학교이거나 학비가 부담되어 들어갈 수 없는 학교였다. 고등학교에 다닐 기회를 놓치는가 싶었던 때 동명고등학교가 신입생 모집을 한다는 글을 보게 됐다. 원서를 낸 뒤 다니는 교회의 논술학교에서 면접을 준비했다. 그나마 자신있던 중국어로 자기소개도 준비해보고, 그동안 소홀했던 중학교 수학도 공부했다. 그리고 면접일이 다가왔다.
동명고등학교에 도착하니 60명을 뽑는 시험에 140~150명쯤 되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첫번째 면접은 7~8명의 학생들이 각각 카드를 뽑아 세 분의 선생님 앞에서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카드에 적혀있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기초 평가시험을 보았다. 대부분 중학교 과정에서 골고루 나왔고 중학교 수업시간에만 충실해도 모두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들이었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공동체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몸타’ 면접을 보았는데 난타와 비슷하지만 다른 물건을 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몸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활동이었다. 8~9명이 한 조가 돼 작품을 만들어 발표했다. 공동체 면접은 학생의 리더십과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합격자 발표일!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들뜬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동명고 합격 소식을 전했다.
그토록 바라던 동명고등학교에 입학해서 1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다. 입학 뒤, 제주도 체험활동을 통해 자전거 일주, 한라산 등반을 했고 해남 도보여행도 경험했다. 생각했던 만큼 갈등도 없고 친구들 사이에 미움이나 질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학년에 약 60명, 전교생을 통틀어도 180명에 못 미치는 학생 수 덕분에 가족같이 서로를 아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부천에서 광주의 동명고등학교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행복한 동명가족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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