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스페셜] 베이비트리-특집 ‘장난감, 어떻게 할까요?’ /
사줘? 말아?, 뺏어? 냅둬?, 혼내? 말아?
사줘? 말아?, 뺏어? 냅둬?, 혼내? 말아?
<엄마표 생활놀이>책 낸 강다연씨의 노하우
책 읽고 얘기 나누고 같이 만든 뒤 체험 현장으로!
재료는 생활 주변 재활용품 등 무궁무진
호기심과 상상력 이끌어 관심 분야부터 하나 하나
어설프고 예쁘지 않아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귀중품
효과는 만점, 정서적 안정과 인지 발달 월등
장난감은 이로운가, 해로운가? 아이한테 장난감이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
장난감을 둘러싼 시각은 여전히 평행선 위에 있습니다. 부모들은 장난감의 득실에 대한 고민에 빠집니다. ‘사줘? 말아?’ ‘뺏어? 냅둬?’ ‘혼내? 말아?’ 기로에서 해법을 놓고 갈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장난감 자체가 해롭지 않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합니다. 김상희 공주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장난감 자체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단계나 상상력 발현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사주려고만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결국 어떤 장난감을 선택할 것이냐, 얼마나 많은 장난감을 사줄 것이냐, 장난감을 어떻게 갖고 놀게 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서 직접 몸을 움직여 만들게 하는 장난감이 가장 좋다”며 “엄마와 함께, 가능하면 자연물이나 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제품을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엄마표 생활놀이>를 쓴 강다연씨가 그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편집자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엄마가 떠주신 스웨터, 엄마가 만들어주신 인형, 엄마가 구워주신 케이크만큼 자랑스러웠던 것이 없었어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아이의 그 말 한 마디에
결혼·출산 뒤에도 한국IBM에서 IT컨설턴트로 근무했던 열혈 워킹맘 강다연(38) 씨. 그는 2년 전 불쑥 회사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억대 연봉자인 그를 주저앉힌 건 “엄마가 유치원 셔틀버스를 태워주고 집에 올 때도 엄마가 마중나왔으면 좋겠어”라는 아들의 고백이었죠. 그러고 보니 엄마의 손길만큼 따스했던 기억, 더 좋은 교육법은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강씨는 “하루 1번씩 아이를 웃게 만들자, 하루 1시간 함께 하더라도 최대한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이때부터 엄마표 놀이가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억대 연봉 회사도 단념
“다행히 성현이가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만들자. 이렇게 놀자’는 요구사항을 끊임없이 전달했구요. 성현이가 병원에 관심을 가질 무렵 청진기, 주사기 장난감은 있는데 정작 종합병원 장난감은 없는 거예요. 직접 만들기로 했더니, 성현이가 이렇게 말해요. 입원실도 만들고, 화장실 변기도 만들고, 치과도 만들어야 하고.”
“병원을 만든 뒤에는 슈바이처 책을 읽어주고, 로봇책을 읽고, 로봇을 만든 뒤 로봇박물관에 데려갔더니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는 강씨는 “책-대화-장난감-체험·현장학습으로 관심 분야의 정보나 지식을 넓혀주면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창의적 놀이로 재탄생
장난감 재료는 간단합니다. 종이박스, 페트병, 짜투리 천 등 재활용품을 주로 활용했고, 장난감의 규모와 집적도가 커지면서 우드락, 하드보드지, 시트지, 골판지, 펠트, 글루건,스팽글, 모루, 색볼 등을 구입해서 만들었습니다. 늘 성현이와 함께 만드는 게 원칙이었죠. 색연필이나 물감, 유성펜으로 색칠을 해야 한다거나, 가위로 오려야 할 것들은 성현이의 몫이었습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
장난감을 만들 땐 ‘대화의 기술’도 필요합니다. 그의 노하우는 ‘성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의 장난감을 만드는 것’입니다. 요리에 관심을 보일 때는 주방놀이 세트를, 차에 관심을 보일 때는 세차장과 교통표지판을, 고양이에 관심을 보일 땐 고양이집을 만드는 식입니다. 또한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한테 늘 의견을 묻습니다. “어떤 것이 필요할까?”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할까?” “이건 어떨까?” 등으로 물으면 성현이는 주저하지 않고 “종이로 만들어야지!” “선풍기도 달아야지!” 등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장난감 함께 만들기의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아이는 빨리 정서적 안정을 찾았고, 인지발달 측면에서도 또래보다 월등히 빨랐습니다.
“비행기, 로봇, 자동차 같은 장난감을 사주기도 했는데, 성현이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직접 만든 비행기, 로봇, 자동차를 더 선호했어요. 성현이 눈에는 어설프지만 엄마표 장난감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봐요. 엄마가 잘 만들고 못 만들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는 엄마와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사랑을 느끼니까요.”
엄마가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큼 두뇌개발과 정서안정에 도움을 주는 건 없다는 사실에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보내는가’가 관건인데, 강씨는 ‘엄마표 장난감’만한 것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놀잇감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에요.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력, 생각들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죠. 멋지고 근사한 것, 폼나는 것을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아이의 관심 분야를 장난감을 매개로 확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도전하세요. 누구나 엄마표 장난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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