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민의 진로·직업클리닉
[함께하는 교육] 고정민의 진로·직업 클리닉 /
직업흥미와 성격특성이 다른 부모-자녀 관계
진로지도 전에 부모 먼저 자기분석 시도해야
직업흥미와 성격특성이 다른 부모-자녀 관계
진로지도 전에 부모 먼저 자기분석 시도해야
중학교 1학년 인성이는 엄마와 항상 티격태격이다. 요즘 자기주도학습이다 뭐다 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엄마는 자기를 보면 항상 불만을 표시한다. 그래서 무언가 해보려고 하면 왠지 주눅 들고 눈치를 봐야 한다. 아이는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조금씩 휴식을 취한 뒤 공부할 때 더 능률이 오르는데 엄마는 왜 자꾸 산만하게 돌아다니느냐고 꾸중을 한다.
희망직업을 선택하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나 소설가가 되면 어떨까 하고 얘기를 해보았다가 그런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으로 어떻게 돈을 벌고 살아갈 수 있겠느냐는 핀잔을 듣는다.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오래갈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라는 잔소리를 들은 뒤에는 엄마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잘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중학교 2학년인 영인이는 무슨 일이든 계획을 먼저 세우고 조금의 시간도 허투루 보내려 하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 친구들하고 어울리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취미활동도 했으면 좋겠는데, 시간표에 맞춰 영어, 수학 학원만 가려고 하고 좀처럼 재미있고 여유있는 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장래희망도 삶을 즐길 수 있고 재미있는 방향으로 선택하길 바랐는데, 공무원이 되고 싶어한다. 자유롭고 흥미롭기보다 왠지 틀에 박힌 직업이라 생각돼서 권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가 원하는 일이니 부모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는 부모와 자녀 간의 대립 양상은 상담사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보통은 이런 차이의 원인을 알아보려고 고민하기보다 부모에 대한 반항, 아이에 대한 윽박지르기 등으로 결론이 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의견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대부분은 부모의 직업흥미나 성격특성과 아이의 흥미, 성격이 서로 엄연히 다른 데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두번째 예를 든 영인이의 경우 직업심리검사 결과 홀랜드(Holland) 직업흥미유형이 ‘관습형’이었고, 엄마의 경우 ‘예술형’으로 나타났다.
관습형은 쉽게 표현하면 흔히 모범생과 같은 성향을 보이는 유형에 속한다. 정해진 규칙이나 질서를 준수하고 순응하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고, 정서적이기보다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면이 있다. 책임감과 성실성이 강하고 시간약속이나 정리정돈, 계획 수립이나 실천을 하는 활동을 선호한다. 관습형에 흥미유형이 높은 아이들의 특성은 일상생활의 몇몇 사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등교시간을 잘 지키고 결석을 하지 않거나, 노트정리, 책상정리 등 구조화된 활동들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경우가 많다. 관심 직업에서도 공무원, 사무직 등 체계적인 활동을 하는 분야를 선호한다.
반면에 영인이 엄마가 검사 결과에서 높은 유형을 보인 예술형의 특성은 관습형과는 반대의 성향을 많이 보인다. 예술형은 정해진 규칙을 상황이나 자신의 감정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거나 질서와 규칙을 지키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 정서적·감성적인 면이 강하고 충동적인 면을 보이기도 한다. 자율적이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기를 원하며 의무적으로 하는 일보다 자기가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때 더 높은 효율성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습형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결석을 하지 않는 일, 정리를 하거나 계획을 세워 지키는 활동 등이 예술형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관심직업을 예로 들면 미술가, 연주자, 연예인, 디자이너, 소설가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 이런 식으로 서로 반대의 직업흥미유형을 가진 사람들은 단순히 관심 직업 분야 뿐만 아니라 성격특성, 가치관, 생활 및 행동양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직업선택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부모와 아이의 서로 다른 시각 때문에 의견 충돌이 생기거나 잦은 감정싸움으로 부모 자녀 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로 들었던 영인이의 경우는 엄마가 자율성을 허용하는 예술형이기에 자녀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지만, 만약 그 반대였을 경우 관습형 엄마는 예술형 아이를 끊임없이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개입을 했을 것이다. 자율을 추구하는 예술형의 아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아이로 저평가되어 자신감을 잃거나 진로선택에 혼란을 느끼게 되는 부정적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아이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진로·진학지도를 도와주기 이전에 스스로 자기분석을 먼저 시도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자신의 특성에 대해 먼저 알고 있어야 자녀와 자신의 차이에 대해서도 인지할 수 있고, 위의 사례에서와 같은 의견 충돌을 예방하거나, 충돌이 발생했을 때도 그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부모가 자기분석의 과정에 아이를 함께 참여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아이의 진로발달을 촉진할 수 있고 자신의 노하우나 경험을 전수함으로써 역할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부모 개인으로서는 평생학습이 강조되고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제2, 제3의 경력 개발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디딜 수도 있다. 아이 혼자서만 진로발달의 길을 걷도록 내몰기보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그 길을 개척해나가는 동반자로서의 부모구실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직업심리검사를 해보면 부모와 자녀의 직업흥미와 성격 등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렇기 때문에 관습형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결석을 하지 않는 일, 정리를 하거나 계획을 세워 지키는 활동 등이 예술형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관심직업을 예로 들면 미술가, 연주자, 연예인, 디자이너, 소설가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 이런 식으로 서로 반대의 직업흥미유형을 가진 사람들은 단순히 관심 직업 분야 뿐만 아니라 성격특성, 가치관, 생활 및 행동양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직업선택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부모와 아이의 서로 다른 시각 때문에 의견 충돌이 생기거나 잦은 감정싸움으로 부모 자녀 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로 들었던 영인이의 경우는 엄마가 자율성을 허용하는 예술형이기에 자녀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지만, 만약 그 반대였을 경우 관습형 엄마는 예술형 아이를 끊임없이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개입을 했을 것이다. 자율을 추구하는 예술형의 아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아이로 저평가되어 자신감을 잃거나 진로선택에 혼란을 느끼게 되는 부정적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아이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진로·진학지도를 도와주기 이전에 스스로 자기분석을 먼저 시도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자신의 특성에 대해 먼저 알고 있어야 자녀와 자신의 차이에 대해서도 인지할 수 있고, 위의 사례에서와 같은 의견 충돌을 예방하거나, 충돌이 발생했을 때도 그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부모가 자기분석의 과정에 아이를 함께 참여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아이의 진로발달을 촉진할 수 있고 자신의 노하우나 경험을 전수함으로써 역할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부모 개인으로서는 평생학습이 강조되고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제2, 제3의 경력 개발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디딜 수도 있다. 아이 혼자서만 진로발달의 길을 걷도록 내몰기보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그 길을 개척해나가는 동반자로서의 부모구실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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