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여론 들끓자 면피성 대책
저소득층 장학금 ‘찔끔’ 확대
저소득층 장학금 ‘찔끔’ 확대
‘반값 등록금’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자, 사립대들이 뒤늦게 장학금 확대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지원 규모가 턱없이 적어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는 가계곤란 학생들에게 학비를 감면해주는 면학 장학금의 올해 예산을 55억원에서 10억원 늘리기로 했다. 10억원은 고려대가 지난해까지 쌓은 누적적립금 총액 2400억원의 0.4%에 불과한 액수다. 숙명여대는 연간 20억원의 기부금을 장학 기금으로 적립하겠다고 밝혔다. 장학금을 당장 늘리겠다는 게 아니라 적립금을 늘리겠다는 것이어서, 실제 장학금 지급 비율이 얼마나 될지 불분명하다.
이화여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학생 등록금과 기숙사비, 생활비 등을 지급하는 장학금 수혜 대상자를 19명에서 3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30명은 이 대학 올해 재학생 1만5458명의 0.2%다.
홍익대는 2학기부터 가계곤란 학생 2200명에게 등록금의 50%를 지원하는 장학금을 신설해 예산 50억원을 배정했다. 건국대도 2학기부터 예산 34억원으로 개인별 성적 향상도에 따라 200명에게 등록금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익대는 2010년 결산 기준으로, 등록금에서 적립금으로 간 돈이 544억9665만원인 반면 적립금에서 등록금으로 간 돈은 78억4370만원에 그쳐,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466억여원의 차액을 적립금으로 쌓았다. 건국대도 두 회계의 전출금 차액이 169억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감사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전체 학생 등록금 총액 10% 이상의 학비를 면제해야 하고, 이 가운데 가계곤란 학생의 비율을 30% 이상 유지하도록 한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을 준수한 대학은 30%에 불과했다. 대학들이 지금껏 제대로 규정을 지켜오지 않다가 비판 여론이 들끓자 면피성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대학들은 그동안 저소득층보다 성적 우수자 대상 장학금 비율을 월등히 높여왔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체 사립 일반대학이 2008년 가계곤란 학생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2393억여원으로 장학금 총액(1조6281억여원)의 14.7%, 성적우수 장학금(5739억여원)의 41.7%에 불과했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비를 보조해줘 교육의 기회균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데, 유독 우리나라는 성적을 기준으로 장학금 지급 대상자를 선정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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