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마다 ‘4년제 대졸이상’
취업 문턱부터 ‘차별의 벽’ 경험
취업 문턱부터 ‘차별의 벽’ 경험
치과기공사 정아무개(33)씨는 대학을 3군데 다녔다. 1997년 고교를 졸업하고 지방의 국립 ㅎ대에 입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다시 수능을 보고 ㄷ보건대 치기공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력·학벌주의가 똬리를 튼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대학 재학 중 대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6개월가량 지난 어느날, 매니저가 “성실해서 평가가 좋으니 곧 있을 정직원 공채에 응시해 보라”고 권유했다. 기대를 안고 회사 누리집을 열었으나,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이라는 응시제한이 적혀 있었다.
졸업 즈음에 입사 원서를 낸 한 임플란트 업체에서도 4년제 학위를 요구했다. 결국 정씨는 3년 과정의 ㄷ보건대를 졸업한 뒤, 같은 지방의 4년제 사립 ㅈ대 3학년으로 편입했다. 정씨는 “ㅎ대 1년 등록금 200여만원, ㄷ보건대 3년 등록금 1380여만원, ㅈ대 2년 등록금 1200만원을 쓰고서야 4년제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력과 학벌을 ‘신분’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고졸 이하 학력자뿐만 아니라 전문대 졸업생들이 느끼는 사회적 차별도 극심하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소재 전문대생 502명 가운데 ‘한국 사회가 전문대 졸업자를 차별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이 72.3%(363명)나 됐다. 363명 가운데 ‘4년제 대학 편입이나 재입학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50.4%(183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보면, 올해 사립 전문대 136곳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11만여원으로, 4년제 사립대 평균(786만여원)의 77.7% 수준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2009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보면, 전문대 출신 취업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200만여원으로, 대졸 이상 취업자(292만여원)의 68.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문대에 대한 재정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립 전문대의 비율이 93.1%로 4년제 대학 사립 비율(84.9%)보다 더 높아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기곤 한밭대 교수(경제학)는 “전문대 졸업생은 어디로 진출해도 고학력자가 넘쳐나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찾을 수 없다”며 “대부분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전문대생들을 위해 정부가 충분한 재정지원을 해 등록금 걱정을 없애주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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