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공성 강화해야 하나
한국선 개인이 짐 떠안는
극단적 ‘수익자 부담 원칙’
한국선 개인이 짐 떠안는
극단적 ‘수익자 부담 원칙’
한국의 대학교육에는 ‘투자한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가 지배적으로 통용된다. 대학 졸업증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고 취업해도 임금에서 차별을 당하기 때문에,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고교 졸업생의 79%, 전문계고 졸업생의 71.1%가 대학에 진학했다. 또 한해 등록금 총액의 80%를 가정이 부담한다. 층층이 서열화한 대학 가운데 최상위권 대학에 가면 그만큼 좋은 직장과 사회적 지위를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두가 그 ‘투자’를 정상으로 생각한다.
이런 논리를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고 부른다. 공공의 성격을 지닌 것이어도 그 서비스로 혜택을 받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교육 분야에선 1995년 ‘5·31 교육개혁’ 때 처음 제시됐다. 등록금이 마구 올라 학생들이 고통을 받아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근거였다.
하지만 대학교육으로 혜택을 받는 이들이 학생뿐일까? 박정원 상지대 교수(경제학)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0 교육지표’를 분석해 28일 공개한 자료집을 보면, 한국 정부가 대학생 1명당 부담하는 비용은 미국 달러 구매력 환산 지수 기준으로 남성은 6566달러, 여성은 6620달러였다. 정부 부담에는 공교육비와 대학생이 고교만 졸업하고 취업했다면 냈을 소득세가 포함됐다. 반면 한국 정부가 대학생으로부터 얻는 총수입은 64살을 정년으로 봤을 때 남성은 2만3394달러, 여성은 1만6288달러였다. 이 수익에는 대학생이 취업한 뒤 내는 소득세와 사회기여, 실업감소 효과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대학생을 위해 부담하는 공교육비에 견줘 정부가 얻는 수익이 남성은 3.7배, 여성은 2.5배나 되는 셈이다.
반면 독일은 대학생 1명당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이 남성은 4만7163달러, 여성은 4만7559달러로 한국 정부보다 7.2배나 많았다.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학)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선 대학교육을 협소한 경제적 관점으로 보고 개인만 임금 등으로 혜택을 받는다고 보지만, 그 사회의 민주주의나 리더십, 지식문화의 전달 등 대학교육으로 얻는 공동체의 공공적 가치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교육 공공성이 강화된 나라에선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 구성원을 교육하되, 원하는 사람은 부담 없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레 통용된다”며 “한국은 그런 공교육과 관련된 사회 모델을 모색해본 경험이 없어 극단적인 수익자 부담 원칙만 강조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김민경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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