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수뒤 교육여건 개선”
현재 국립대 전환 추진중
현재 국립대 전환 추진중
부실 사학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해 국공립화하자는 요구가 허황된 주장만은 아니다. 지난 1994년 시립대로 전환한 인천대는 이런 요구가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천대는 1979년 1월 육군 장성 출신인 백인엽(88)씨가 설립했으나, 백씨가 1993년 6월 “(인천대의 학교법인인) 선인학원의 공립화를 조건으로 설립자로서의 권한 일체를 인천시장에게 기증한다”는 내용의 기증서를 당시 최기선 인천시장에게 전달함으로써 선인학원이 운영하던 13개 유·초·중·고·전문대와 함께 시립으로 전환됐다.
당시 인천대에서 조교로 일했던 이갑용 인천대 부총장은 “설립 초기에는 개강하는 날부터 시위를 시작했기 때문에 수업은 늘 여름방학에 했다”며 “대표적인 문제 사학이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백인엽씨는 인천대를 설립한 지 2년 만인 1981년 1월 당시 교육부의 감사에서 2년 동안 선인학원 산하 각급 학교(당시 16개)에 무려 9900여명을 불법으로 편·입학시키고, 공금 7억50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시립화 논의는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정상화 논의에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돼다. 1992년 4월 발족한 ‘선인학원 사태를 우려하는 인천시민의 모임’은 자체 조사를 통해 설립자인 백씨가 재단 기금 79억원을 불법으로 인출한 사실을 밝혀냈고, 당시 고려대 교육대학원장이던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이 이 모임에 ‘시립화 전환’을 제안했다.
교육계에선 인천대 사례를 참고해 비교적 국가 환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쉬운 비리 사학을 공공화하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을 고려하면 공립화보다는 국립화가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학 비리로 20년 넘게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오다 최근 정이사가 선임된 조선대의 안현철 법인사무국장은 “조선대 정상화 논의가 한창이던 2007년에 인천대 시립화 사례를 검토하고자 했으나 광주시가 시립대를 운영할 재정 여건이 되지 않아 더이상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승균 인천대 총동문회 사무처장은 “인천시가 인수하면서 사립대 시절보다는 교육 여건이 나아진 게 사실이지만 200~300억원 정도 되는 전입금으로는 학교 발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대와 인천시민들이 수년 동안 꾸준히 국립화를 추진해온 이유다. 인천대는 최근에는 사회적 논란이 있는 법인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립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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