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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국·검정 혼용으로 ‘박근혜 교과서’ 지키기…교육 혼란 불보듯

등록 2016-12-27 20:26수정 2016-12-28 01:16

비판 민심에 한발 물러선 정부
국정교과서 불씨 살리기 ‘꼼수’
여론전 펼쳐 확산시키려는 전략
국정 채택 학교엔 1천만원 지원도
교육시민단체들 “즉각 폐기” 촉구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 비상대책회의 회원들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전면 폐기와 연구학교 정책 전면 철회, 교육부 장관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 비상대책회의 회원들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전면 폐기와 연구학교 정책 전면 철회, 교육부 장관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7일 교육부가 내년 3월 중·고등학교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일괄 적용하기로 한 당초 계획을 접고 2018년부터 국·검정 혼용 방침을 밝힌 것은 국정화에 대한 여론의 거센 반발과 이른바 ‘박근혜표 역사교과서’의 완전 폐기는 막아야 한다는 보수진영 사이에서 일종의 ‘양다리 걸치기’ 식 꼼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교육부가 국정교과서의 모든 학교 일괄 배포·적용이라는 엄밀한 의미의 ‘국정화’를 사실상 포기하고 국·검정 혼용 체제를 택한 것은 국정화를 강행했을 때 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도입 발표 당시부터 국민 다수가 반대했던 국정화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더욱 비판여론이 높아진 상태다. 전국 대다수의 시·도 교육감들이 국정교과서 채택을 거부하는 상황도 현실적으로 강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국정화를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 ‘국·검정 혼용’ 카드를 선택했다.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은 브리핑에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의견이 ‘(국정교과서를 쓰면)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다’이기 때문에 국·검정을 혼용하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검정 체제 자체가 다양성을 위해 도입한 것이었는데, 여기에 ‘정부판 검정교과서’ 하나를 더하겠다고 기존 검정교과서 개발 비용(평균 6~7억원)의 7배 가량의 국가예산(44억원)을 쓰고, 1년 간의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조장한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도는 현실 여건상 완전한 ‘국정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국·검정 혼용을 통해 국정교과서를 여러 교과서 중의 하나로라도 살려놓은 뒤 여론전이나 정부 지원금 등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확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떻게든 이번에 만든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면 안된다는 보수 진영의 압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난 26일 오후까지만 해도 국정화 추진 여부를 차기 정부로 넘기는 ‘1년 유예’ 방침을 유력하게 검토하던 교육부가 하루 만에 국·검정 혼용으로 돌아선 배경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새누리당 친박계의 요구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이준식 부총리는 ‘국·검정 혼용 방안이 교육부 독자적 결정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교육부 장관이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기관과의 (협의해) 최종적인 안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4년 0%대 채택률로 학교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교학사 교과서 파동 때와 달리 국정교과서의 채택률은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정교과서 개발 시간이 앞으로 1년여 밖에 안 남은 점을 감안하면 검정교과서의 부실문제도 불거질 수 있고, 내년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1천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면 재정이 열악한 학교로서는 국정교과서 도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셈법이다. 그러나 연구학교를 신청할지, 국·검정 교과서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 등을 놓고 일선 학교 내 교육주체들의 갈등과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 485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만과 ‘꼼수’로 점철된 국정교과서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교육부는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성명에서 “대다수의 반대 여론에 직면하자 교육부가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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