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단체협의회,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등 교육,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발표된 자립형사립고 운영평가 결과를 비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반납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사고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온 자사고를 중심으로 ‘자발적 전환’ 사례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앞둔 자사고인 전북 남성고와 대구 경일여고는 최근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자사고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총회, 이사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쳐 관할 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 그 뒤 교육청의 청문과 교육부 장관의 동의 등을 밟으면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다. 경일여고는 이미 대구교육청에 ‘지정 취소’ 신청을 냈으며, 남성고는 학교 내부 절차를 밟는 중이다. 지난달 군산 중앙고 역시 전북교육청에 ‘지정 취소’ 신청을 내어 일반고 전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자사고가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선택하는 것은 그리 드물지 않다. 이제까지 전국의 광역 단위 자사고 가운데 광주 보문고, 부산 동래여고, 광주 숭덕고, 울산 성신고, 대구 경신고, 광주 송원고, 대전 서대전여고 등이 자사고로 운영하다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선택한 바 있다. 자사고 숫자가 가장 많은 지역인 서울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2년, 2013년에 동양고와 용문고가 각각 일반고 전환을 선택했고, 2015년에는 미림여고와 우신고가, 2018년에는 대성고가 일반고로 전환했다.
자사고가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주된 이유는 신입생 미달과 이로 인한 재정 압박 때문이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운영을 자율적으로 하는 대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 많은 자사고가 한꺼번에 만들어지면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해 재정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교들이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다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하면서 자사고 시절보다 교육의 질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곳도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올해 자사고 8곳이 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가 되자, 교육계는 이들 가운데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선택하는 자사고가 나오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번 ‘지정 취소’ 대상에 평소 경쟁률이 낮은 학교들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남성고·경일여고 사례처럼, 내년 재지정 평가를 앞둔 자사고 중에서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선택하는 자사고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2019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서울 지역 광역 단위 자사고 21곳 가운데 11곳이 정원 미달을 겪은 바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자사고와 일반고가 신입생을 동시에 뽑도록 한 것은 합헌이라며 ‘동시 선발’에 쐐기를 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올해 2학기부터 일반고에 실시될 고교무상교육 등 환경 변화도 ‘자사고’ 지위 유지에 따른 기대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비록 자사고와 함께 일반고에 ‘이중지원’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학생선발권’ 특혜를 과거만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나 학생·학부모 입장에선 자사고 ‘매력’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자사고는 고교무상교육의 대상이 아니므로, 앞으로 고교무상교육이 실시되면 자사고와 일반고 사이의 학비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게 된다. 일반 학교에 주어지는 교육 당국의 지원 예산(서울의 경우 최대 20억원) 역시 자사고가 ‘일반고 전환’을 검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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