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이 1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반고 전환 자사고에 대한 동반성장 지원 방안을 포함한 일반고 종합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서울 지역 일반고에는 1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진로·진학 전문가’가 최소 1명씩 배치된다. 같은 권역 내에 있는 5~7개 일반고들이 네트워크를 이뤄 교육과정 등을 공유하는 ‘일반고 권역별 공유 캠퍼스’(가칭)도 만들어진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희연 교육감 임기 1기 때부터 일반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추진해온 프로젝트를 더욱 강화하는 취지의 ‘일반고 전성시대 2.0’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고교서열화를 부추겨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가운데 다수가 재지정 평가의 결과 또는 스스로의 의지로 일반고로 전환하게 되면서, 일반고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때문에 이에 대한 응답의 차원에서 자사고 숫자가 가장 많은 서울시교육청이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교육부 역시 오는 8월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일반고 역량 강화의 큰 틀은, 모든 학생들이 저마다의 능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일반고에서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대학에 진학해 고고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국어·영어·수학 중심의 교육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고고학과에 진학하는 데에 유리한 교육과정을 스스로 설계하도록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이날 발표한 ‘일반고 전성시대 2.0’의 내용 역시 여기서 벗어나진 않는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5년부터 추진해온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을 더욱 심화하고 확장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먼저 ‘교육과정·진로·진학 전문가’(CDA·Curriculum Design Advisor)를 육성한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맞춤형 교육과정이 활성화될수록 고1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진로에 맞게 고2, 고3의 선택과목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가 필요한데, 연수과정 등을 신설해 이런 구실을 전담하는 교사를 양성해 일반고마다 최소 1명씩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과목을 들으면 좋겠다’, ‘이 과목은 우리 학교에 없으니 옆에 있는 다른 학교의 과목을 들으면 되겠다’, ‘어느 학과에 가고 싶으면 이렇게 준비해보자’ 등 맞춤형 교육과정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학생 개개인의 적성에 맞는 컨설팅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에 대한 학교 구성원 만족도 조사 결과. 5점 만점.
2018년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에 대한 학교 구성원 만족도 조사 결과. 5점 만점.
2018년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에 대한 학교 구성원 만족도 조사 결과. 5점 만점.
일반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일반고 권역별 공유 캠퍼스’(가칭)를 구축하는 등 학교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부터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일부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개방형 선택 교육과정’을 운영해왔고, 이를 개별 학교 바깥으로 확장시키는 ‘연합형·거점형·온라인형 선택 교육과정’으로 발전시켜왔다. 2개 이상의 학교가 교과목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합형’은 46개 학교에서 81개 과정이, 거점 학교가 특색 있는 교과목을 운영하는 ‘거점형’은 51개 학교에서 58개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권역별 공유 캠퍼스’는 이를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 권역별로 5~7개 일반고를 묶어서 아예 교육과정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테면 한 권역 안에 있는 일반고들이 국제계열, 공학계열, 예술계열 등으로 각자 특성화를 꾀하지만 모두 교육과정을 공유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꼭 희망하는 계열의 학교에 배정받지 않더라도, 원하는 진로에 맞게 다른 학교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행 학교당 8천만원 가량인 ‘일반고 전성시대’ 지원 예산을 교육부와 협의하여 앞으로 더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최대 2천만원인 ‘소인수 과목’(신청인 숫자가 적은 과목)의 강사비도 늘려갈 계획이다. 학생들이 쓰는 공간인 ‘꿈담 학습카페’ 구축, 노후 사물함 교체 등 일반고 환경 개선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를 통해서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건,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에 대한 지원 방안도 내놨다. 기존 자사고가 교육의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고 학교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폐쇄형 고교모델’이었다면, 이를 ‘협력형 고교모델’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먼저 일반고 전환 자사고가 원할 경우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사물함 교체 및 교과교실제 △교과중점학교 등으로 ‘우선 지정’해,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 다양화·특성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거점형·연합형 선택 교육과정’을 적극 활용해, 다른 일반고들과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협력형 모델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환 과정에 필요한 각종 ‘컨설팅’을 제공해, 학교와 함께 ‘학교별 맞춤형 지원전략’을 수립해나가겠다고도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