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이 나온 지난 26일 전북교육청에서 ‘상산고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 전북도민대책위’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상산고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재지정 취소를 ‘부동의’로 뒤집는 결정을 내려 파란이 이는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한 서울교육청의 동의 요청에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교육계의 관심이 쏠린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6일 올해 자사고 재지정 취소와 관련해 교육부에 ‘동의’ 요청을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13곳의 재지정 여부를 평가해 기준 점수에 못 미친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곳의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교육부는 오는 8월1일 지정위원회를 열어 서울 자사고 8곳과 부산 해운대고, 또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 등 10곳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전북 상산고의 경우와 달리, 교육계에선 교육부가 서울 지역 자사고 취소에 대체로 ‘동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상산고 재지정 취소 때 주요 쟁점인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이 결국 교육부 ‘부동의’의 빌미가 됐는데, 서울교육청의 경우엔 그런 ‘꼬투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와 관련해 시종일관 “교육부의 표준안을 그대로 따랐다”고 강조해왔고, ‘자사고 죽이기’라는 자사고들의 주장과는 달리 평가 지표·방법 등에서 구체적으로 불거진 문제가 거의 없다. 서울 지역 자사고들 역시 교육부의 ‘동의’를 예상하고 그 뒤에 제기할 행정소송 등 법적 다툼에 집중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쪽에서 교육부 ‘부동의’가 나오기 쉽잖을 것이란 예상엔 서울교육청이 이미 과거 교육부와 ‘지정 취소’ 권한을 두고 다툼을 벌인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은 5년 전 1기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 6곳을 지정 취소했으나 당시 자사고에 우호적이던 교육부가 ‘반려’하자, ‘지정 취소’ 권한을 두고 교육부와 소송을 벌였으나 끝내 진 바 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이번 2기 재지정 평가에서는 ‘지정 취소’에 걸림돌이 될 만한 어떤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조희연 교육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평가 행정의 공정성과 합리성 자체를 준수했다”, “향후 법적 과정에 대해서도 당당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함께 만든 ‘교육자치 정책 로드맵’ 가운데 1단계 권한 배분 우선 과제의 일부.
한편 상산고 재지정 취소에 대한 교육부의 ‘부동의’는, 이번 정부가 앞세워온 ‘고교체제 개편’ 정책뿐 아니라 공약으로 내세운 ‘교육자치’ 정책에서도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유·초·중등교육의 지방교육 분권을 강화하고 학교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것을 ‘교육자치’의 목표로 밝히고, 이를 위해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시도교육청에서 학교 현장으로 점차 권한을 배분하는 것을 추진해왔다. 자사고·국제고·외고 지정 권한을 온전히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17년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함께 만든 ‘교육자치 정책 로드맵’을 보면, 교육부가 주체가 되어 시도교육청에 배분해야 할 ‘1단계 권한 배분 과제’ 가운데 하나로 “외고·국제고·자사고 지정·지정 취소 동의권 폐지’가 명시되어 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26일 낸 성명에서 “교육부의 이번 ‘부동의’는 교육 공공성뿐 아니라 교육자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쪽은 일단 서울·부산 등 다른 자사고의 지정 취소에 대한 최종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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