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에 불복한 서울지역 자사고 8곳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 끝날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 학교들은 올해 실시하는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자사고로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 6부(재판장 이성용), 2부(재판장 이정민), 14부(재판장 김정중)는 각각 경희고와 한대부고, 중앙고와 이대부고, 숭문고와 신일고, 배재고와 세화고가 낸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학교들은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 미달로 자사고 지위를 잃은 뒤, 2곳씩 짝을 지어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정 취소 처분의 집행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반면, 효력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28일에는 부산지법과 수원지법이 각각 부산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인 해운대고와 안산 동산고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로써 올해 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처분을 받고 교육부도 취소에 동의한 자사고 10곳이 모두 본안 소송인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번 인용으로 지정 취소는 본안 소송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각 교육청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에 대한 항고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9월6일까지 ‘202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실시계획’을 확정·공고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 이전에 항고 결과를 받아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효력정지를 받아낸 학교들은 자사고 자격을 유지한 채 9월에 시작되는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입학전형 실시계획이 공고된 뒤에야 가처분 신청 인용을 뒤집는 항고 결과가 나오면, 이미 공고한 입학전형을 또다시 바꿔야 하는지를 두고 또다른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자사고·외국어고 등은 교육감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일반고와 달리 학교장이 신입생을 선발한다. 근래 해마다 떨어져온 자사고 지원율이 이런 혼선으로 올해는 더욱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없도록 202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8곳 학교의 자사고 지위는 일시적으로만 유지 가능한 것으로, 본안 소송에서는 자사고 지정 취소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지역 자사고교장연합회와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효력정지 인용은 자사고 지정 취소의 부당함을 알리는 시작”이라며 “2020학년도 고입 전형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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