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편 등으로 학비를 내지 못한 고등학생이 한해 5700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의 연간 학비는 평균 886만원인데, 2671만원에 이르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6~2018년 고등학교 학비 미납 사유별 현황’을 보면, 3년 동안 학비를 내지 못한 학생 수는 2016년 5197명에서 2017년 5383명, 2018년 5757명으로 해마다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돈을 못 낸 사유로 “가정 형편 곤란”을 꼽았는데, 이 역시 2016년 2812명(54.1%)에서 2018년 3206명(55.7%)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다른 사유로는 “납부 태만”(3년 평균으로 33.4%), “기타”(10.4%), “징수유예”(1.5%) 등이 있었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지난 3년 동안 경남에서 “가정 형편 곤란”을 꼽은 학생의 증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10명(2016년)에서 57명(2018)으로 5.7배나 늘었다. 부산(92→165명), 울산(40→61명), 충북(18→50명), 충남(37→76명) 등의 지역에서도 “가정 형편 곤란”을 이유로 학비를 못 낸 학생이 늘었다. 2019년 기준으로 학생 1인당 고교 교육비는 160만원 정도다. 여영국 의원은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고등학교 학비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올해 2학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나, 관련 법안들이 아직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한편 여영국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사고 연간 학비 현황’을 보면, 2018년 회계결산 기준으로 전국 42곳 자사고의 한 해 학부모 부담금은 평균 886만4천원으로 나타났다. 세부 내용을 보면, 입학금 7만6천원, 수업료 418만1천원, 학교 운영 지원비 131만9천원, 수익자 부담 경비 328만8천원 등이었다. 2017년 서울 일반고의 경우 한해 학부모 부담금이 280만원이라고 조사됐는데, 자사고는 이보다 3배쯤 높은 셈이다.
자사고 사이에서도 차이가 컸는데, 민족사관고등학교가 2671만8천원으로 가장 높았다. 하나고(1547만6천원), 용인외대부고(1329만원), 인천하늘고(1228만1천원), 상산고(1149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연간 학비가 1천만원을 웃도는 자사고는 9곳이었다. 민족사관고의 연간 학비는, 지난해 월 임금총액이 164만4천원이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1년치 임금보다도 높다. 학비가 가장 낮은 자사고는 광양제철고(569만4천원)인데, 이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의 3.5개월치 임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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