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2단계 온라인 개학일인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 6학년 5반 주혜리 선생님이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이날 초 4~6학년, 중 1~2학년, 고 1~2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방금 채팅창에 ‘ㅋㅋㅋㅋ’ 쓴 사람 누구야? 이러면 안 돼요. 온라인이지만 지금 정규수업 중이에요.”
초등학교 1~3학년을 제외한 전국 모든 학생이 온라인으로 개학한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 5학년 창의반 담임 송미경 교사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22명의 제자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1교시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송 교사는 학생들에게 옷 단정히 입기, 수업 중 게임하지 말기 등 ‘수업 예절’을 가르쳤다. 그러나 화면 너머 학생들은 불필요한 채팅을 하거나 하품을 하는 등 종종 흐트러진 태도를 보이곤 했다.
애초 초등학교에선 교과 진도가 중요한 중·고교와 달리,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발표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학교도 매일 최소 1시간씩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태도는 산만했다. 퀴즈를 내고 손을 들어 발표를 하게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때에만 집중도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학부모 개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학생 곁에 붙어 도와주는 보호자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창의반에선 수업 시작 직전 하품을 한 학생을 대신해 옆에 있던 어머니가 “선생님 죄송해요”라며 교사에게 사과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맞벌이 부모가 모두 출근한 다른 학생은 할머니가 수업을 도왔는데, 컴퓨터에서 교사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데도 해결해줄 수가 없었다. 결국 이 교사는 수업이 끝난 뒤 할머니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소리를 켤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다. 서울 지역의 한 초6 학부모는 “디지털 활용이 가능한 보호자 1명이 온전히 붙어야 원격수업이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2단계 온라인 개학’에 따라 당분간 전국 초·중·고 학생 398만여명이 원격수업을 받게 된다. 중3·고3 85만여명을 대상으로 했던 1단계에 견줘 대상 학생의 규모가 4배 많은 셈이다. 동시접속자 수만 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온라인클래스가 67만5천명, 이학습터가 66만4천명이었다. 교육당국과 관계기관은 “온라인 개학 전체 대상이 큰 문제 없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수요자 입장에선 영상 콘텐츠가 끊기지 않아야겠지만,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시스템이 완전히 먹통이 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고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원격수업 수요가 가장 크게 몰릴 오는 20일이 플랫폼 안정화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 정부와 큰 눈높이 차이를 보였다. 비록 서버가 멈추는 등의 ‘대형 사고’는 안 났지만, 초등학교에서 주로 쓰는 이학습터에서는 로그인이 안 됐고, 중·고등학교에서 주로 쓰는 온라인클래스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만들어 올린 학습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학급 커뮤니티 서비스 ‘위두랑’은 오전 9시께부터 아예 누리집이 열리지 않는 현상이 계속돼, 긴급 시스템 점검차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 학교에선 위두랑을 통해 출석을 확인하고 과제를 받으려 했는데, 이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학교 누리집으로 플랫폼을 옮겼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출석 확인은 문자메시지로 하고 과제는 카카오톡으로 제출받았다.
민간 서비스 ‘클래스팅’도 이날 오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고, 학교별로 누리집이 막히는 일들도 벌어졌다. 원격수업 관련 서비스들이 전반적으로 원활하지 않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접속이 안 되는데 출석 확인은 어떻게 하느냐” “학습 영상을 시청했던 기록이 사라졌다” 같은 호소들이 끊이지 않았다.
원격수업에 대한 실망과 우려도 나왔다. 서울 강동구의 한 초6 학생은 “학교 수업이고, 선생님도 학교와 같은 시간대에 수업 들으면서 학습 습관을 기르라고 하시는데, 늦게 일어나 한꺼번에 몰아서 듣는 친구도 있다. 강의를 들었는지만 확인하지 틀어놓고 딴짓을 해도 선생님은 모르시니까, 그냥 방학 때 ‘인강’(인터넷 강의)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하며 딸의 원격수업을 지켜본 홍아무개(44)씨는 “교육방송 강의를 듣기만 하면 됐는데, 1교시당 강의가 10~20분밖에 되지 않아 4교시 수업이 1시간 만에 끝났다. 선생님과 별다른 소통 없이 자습을 시키는 것도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원격수업을 위해 인터넷 접속 제한 등의 조처를 해제했는데, 유해 동영상에 노출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유진 최원형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