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등록금 반환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 학기당 42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고도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교육당국과 대학은 청년들의 피해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다훈(25)씨는 지난달 24일 “등록금 감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코로나19로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가 장기화되면서 ‘등록금 반환’ 요구가 커진 가운데, 교육부와 대학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3조(등록금의 면제·감액)에 대학이 납부된 등록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교육서비스 등을 제공하지 못했을 때 등록금을 감액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은 입법 부작위”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27일 인하대 학생회관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씨는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첫주부터 서버가 ‘다운’되어 정상적인 진행이 안 됐다. 그 뒤에도 교수님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등 강의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험수업 과목도 그동안 공지가 없다가 며칠 전에야 “5월 초부터 온라인으로 이론수업 먼저 진행한다”는 방침을 전달받았다. 졸업을 앞둔 이씨는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변리사 시험 공부를 해왔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도서관 출입이 막혀 하루종일 집에서 공부를 하고 간간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행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등록금의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 “방학이 아닌데도 휴업한 경우 해당 학기 또는 해당 월의 등록금을 면제한다” 등의 규정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은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으며, 각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학사운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당국과 대학 쪽 입장이다.
이씨는 헌법소원 청구에서 “평등권과 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았다. 사이버대학과 일반대학의 등록금 차이가 크게는 10배가량 나는데, 일반대학이 사이버대학처럼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등록금을 모두 받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연평균 등록금이 75만원, 서울사이버대학교는 270만원 정도다. 일반대학이 온라인 수업만 진행하는 기간 동안 등록금을 최소한 3분의 1 수준으로 감액해야 타당하다”고 말했다. 만약 3주 동안 온라인 수업만 진행한다면, 이미 납부한 등록금 420만원 가운데 56만원가량의 손해를 입는다는 것이 이씨의 계산법이다.
무엇보다 이씨는 “학위를 따기 위한 비용이 너무 높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사회에 학벌주의·학력주의가 만연하다보니, 대학들이 교육의 질을 높이지 않고 단지 취업을 위한 간판만을 제공하면서도 너무 큰 대가를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별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특별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러나 이씨는 “대부분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에 들인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선심 쓰듯 ‘특별장학금’을 대안으로 삼는 것은 이기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대학 193곳 가운데 89곳이 5월11일까지 대면수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나, 학생들의 불만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1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겠다고 한 대학이 33곳에 달한다. 이화여대의 경우 외부 모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소득분위 8구간 이하인 학생 등에게 50만원 안팎의 특별 장학금을 주기로 했는데, 총학생회가 1200여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3%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희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교육의 질 저하에 따른 피해를 등록금에서 반환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무마하려고만 한다’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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