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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원생 끊긴 동네학원 휘청…학습지 교사는 “카드 돌려막기중”

등록 2020-05-05 19:22수정 2020-05-10 18:39

[‘코로나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
④ 교육서비스업

정부 권고로 두 달 사이 세 차례 휴원하며 영세학원 ‘휘청’
“피아노·미술 등 초등 저학년 대상 학원들이 큰 타격”
방문수업 꺼리고 회원 탈퇴 늘어 학습지 교사도 수입 줄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규모·예체능 학원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피아노 학원 문이 닫혀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규모·예체능 학원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피아노 학원 문이 닫혀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가 기저질환자한테 더 치명적이라고 하잖아요? 학원가도 똑같아요. 규모가 작을수록, 입시와 거리가 멀수록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어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15년째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신민석(가명·49)씨에게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필수’로 보낸다는 영어학원이라지만 초등학교 1~3학년들을 가르치다 보니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도 원생 수가 확 줄며 휘청한 경험이 있다. 예상은 했지만, 이번은 더 심각했다.

코로나19가 신종플루보다 더 치명적인 건 확산 시기 때문이었다. 2월이면 3월 개학 전 무료수업 등 여러 미끼를 던져 최대한 영어 초보 원생들을 모집할 때인데, 하필이면 2월18일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대형 학원들이야 감염병이 퍼져도 학생들이 끊기지 않으니 버틸 힘이 있고, 온라인 수업이다 뭐다 틈새도 공략할 수 있었지만 신씨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그는 “십중팔구 큰일 나겠다 싶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코로나19 이전 평균 3천만원이었던 월 매출은 3~4월을 합쳐도 겨우 1200만원 남짓이다. 2월 말 정부의 휴원 권고에 따라 두 달 사이 3차례 휴원과 재개원을 반복한 결과다. 열흘의 첫 휴원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열었을 때 학원을 찾은 원생은 100명이 채 안 됐다. 140명 정도였던 원생이 70%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마지막으로 했던 휴원 뒤 원생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3월 신학기 예상 수요까지 고려하면 예년의 30~40% 수준이라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200만원 가까운 3월 임대료를 마련할 수가 없었다. 1인당 230만원가량인 강사들 월급도 밀렸다.

그나마 숨통이 트인 건 최근 일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로 2천만원을 융통해 급한 불은 껐다. 대출을 받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소상공인 지원센터에 간 게 3월3일이었어요. 아침 8시30분인데 제 앞에 50여명이 줄을 서 있더라고요. 그 뒤에도 서류 20여가지를 추가로 준비해 더 냈는데, 돈은 총선 끝나고 나서야 나왔어요.” 그래도 답답하다. “어차피 다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영어를 가르치는 신씨의 사정은 피아노·미술 등 예체능 학원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강사 3명을 두고 초등학생 대상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윤성화(가명·46)씨는 “보내도 그만, 안 보내도 그만인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음악, 미술, 태권도 학원 등이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3월 4주 내내 휴원을 했다. 학원에서 감염이 일어날까봐 걱정이 된데다, 어차피 문을 열어봤자 개학마저 연기된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어린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이다. 월평균 550만원 정도였던 수입은 3월에 ‘0원’을 기록했다.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 임대료는 윤씨가 두 아이 앞으로 들어놓은 적금을 깨 마련했다.

3월 마지막 주에 다시 학원 문을 열었을 때, 95명이었던 원생은 10명으로 곤두박질쳤다. 학원 운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그 여파는 강사들로 이어졌다. 신씨와 일하는 강사들은 3월 내내 무급휴직을 했고, 4월부터는 하루 6시간 근무를 3시간으로 줄였다. 지난달 2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윤씨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월 말에도 윤씨 학원에 등록한 원생은 20여명에 그쳤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소규모 학원과 더불어 학습지 교사도 소득절벽에 내몰렸다. 1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이들은 구몬·대교·재능·웅진 등 학습지 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자신이 맡은 과목 수에 따라 회비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사실 학습지 교사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평균 월수입이 170만원(2018년 근로복지공단 실태조사)에 불과한 사교육 시장의 대표적인 저임금 일자리다. 그런데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학습지노조)이 3월 초 학습지 교사 64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7%가 “수입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2월 중순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학습지 교사의 방문수업을 거부한 채 교재만 받겠다든지, 아예 그만두겠다는 회원들이 잇따르면서 쥐꼬리만한 그 수입조차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대구에서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는 이아무개(55)씨는 “2월에 이미 3월 회비를 납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상통화 등을 통해 화상수업을 했다. 그런데 3월 중순 들어 화상수업에 피로를 느낀 학부모들의 퇴회 요청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충남 천안시에서 17년째 대교 눈높이 교사로 일하는 오아무개(56)씨도 사정이 비슷했다. 월평균 170만~180만원인 오씨의 4월 수입은 77만원 남짓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원 수에 따라 수수료율이 다른데, 더 낮은 수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회원이 줄어든 탓이다. 이혼 뒤 학습지 교사를 하며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아들 생일날을 빼고는 외식을 한 적도 없다”며 “카드 돌려막기로 일단 버티고 있지만 5월에는 파산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최원형 선담은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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