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강화도 마리학교에서 열린 전국홈스쿨러 체육대회에서 청소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리학교 제공
홈스쿨 제2의 대안교육 ④ 문제점은 뭔가
교육·정보 지원센터 없어
개개인의 힘으로 해결해야
진학·취업 차별 앞에서 좌절도 홈스쿨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단순히 학교 공부의 장소를 집으로 옮긴 형태에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배움을 스스로 찾아서 실천하는 형태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명확한 개념이 없다 보니 정확한 홈스쿨러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홈스쿨을 선택하거나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발적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적극적 홈스쿨러보다는 부적응이나 성격 등의 문제로 학교에서 ‘거세’된 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소극적 홈스쿨 청소년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홈스쿨을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고 즐거움이 살아나는 대안교육의 한 형태로서 바라본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세상을 학교 삼는 아이들의 부모모임’ 심은희씨는 “홈스쿨이라는 그럴듯한 이름 아래 수많은 탈학교 청소년들이 별다른 사회적 지원도 없이 교육적 관심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대다수 홈스쿨러들은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알아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홈스쿨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이같은 국내 홈스쿨러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이제는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양하게 진행되는 교육 방식에 대해서도 사회가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교육 및 정보 지원 프로그램 절실 홈스쿨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정보다. 이는 홈스쿨러들이 연결돼 있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개개인의 힘으로는 배움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갖기 어렵다. 또한 자신의 학습 방법이 바람직한지,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아쉽다.
고1때부터 홈스쿨을 해온 김겸묵(22)씨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쉽게 찾고 그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면 학교밖이었지만 제대로 홈스쿨을 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던 시간이 아까웠다”고 토로했다. 정보 부족과 함께 홈스쿨러들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것은 이렇다할 교육 프로그램이나 지원센터 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는 홈스쿨러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고작해야 인터넷 교육사이트들이 제공하는 학교과외형 홈스쿨 프로그램 정도가 있다. 구체화된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필요로 하는 학습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만들어 주거나 알려주는 지원센터가 있으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이 역시 서울시대안교육센터나 대안교육연대, 하자센터 등 몇 개에 불과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어느 정도 공통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안학교조차 홈스쿨러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방학 등을 이용해 홈스쿨러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법하나 실제로 그런 곳은 없다. 그룹홈스쿨을 하는 남한산작은학교의 학부모 안영자씨는 “외국의 대안학교 중에는 홈스쿨러 지원센터를 두고 학교 공간을 이용하게 하거나 재학생들과 홈스쿨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행,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간디학교가 주축이 돼 만든 홈스쿨 네트워크 ‘학교 너머’는 홈스쿨러들의 디딤돌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천간디학교 김병삼 교사는 “학교 너머는 홈스쿨러 가정을 서로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배움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으고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접 제공하기도 한다”며 “더 많은 학교 너머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으로서의 정당한 대우 아쉬워 학교를 벗어난 홈스쿨러들에 현실적으로 가장 큰 불편을 주는 것은 신분의 문제다. 학교를 그만둔 순간 홈스쿨러들은 사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는 자유로움을 보장받은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이만저만한 불편을 주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학생으로서 받았던 각종 할인혜택 정지는 크나큰 타격이다. 버스, 지하철, 박물관, 극장, 놀이공원 등 어디를 가더라도 탈학교 홈스쿨러들은 성인 요금을 내야 한다. 학생증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적의 신분인 홈스쿨러들에겐 은행계좌 개설도 힘들다. 고2 때 학교를 그만둔 송은영(22)씨는 “미국에 가고 싶었는데 비자조차 나오지 않았다”며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게 여권이었는데 그나마 비자가 필요한 곳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물론 3년전부턴 탈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증이 발급되고 있기는 하다.하지만 이 카드는 몇가지 시설이나 서비스 이용시 할인 혜택을 주는 것 외에 탈학교 홈스쿨러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가르는 역기능을 한다. 중3때부터 혼자서 공부하고 있는 김재인(18)군은 “탈학교 청소년들 가운데는 별 혜택도 없는 청소년증을 ‘개목걸이’에 비유하며 일부러 발급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과 탈학교 청소년 모두를 아우리는 신분증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학이나 취업에 있어서 받는 차별대우 역시 홈스쿨러들에게 크나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대다수 홈스쿨러들은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는 진학을 꿈꾼다. 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공부를 해오고 경험을 쌓아온 홈스쿨러들을 환영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때문에 수시모집이나 특별전형 등에서 홈스쿨러들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대학에 들어가기란 힘들다. 3년간 홈스쿨을 했다는 박지영(19)양은 “방식이 달랐을 뿐 학교 다니는 애들과 똑같이 진로찾기를 했는데 이것을 인정해주는 대학을 찾지 못했다”며 “오로지 고등학생 졸업자만을 뽑는 현재의 대학 입학시스템은 홈스쿨러에 대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개개인의 힘으로 해결해야
진학·취업 차별 앞에서 좌절도 홈스쿨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단순히 학교 공부의 장소를 집으로 옮긴 형태에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배움을 스스로 찾아서 실천하는 형태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명확한 개념이 없다 보니 정확한 홈스쿨러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홈스쿨을 선택하거나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발적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적극적 홈스쿨러보다는 부적응이나 성격 등의 문제로 학교에서 ‘거세’된 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소극적 홈스쿨 청소년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홈스쿨을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고 즐거움이 살아나는 대안교육의 한 형태로서 바라본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세상을 학교 삼는 아이들의 부모모임’ 심은희씨는 “홈스쿨이라는 그럴듯한 이름 아래 수많은 탈학교 청소년들이 별다른 사회적 지원도 없이 교육적 관심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대다수 홈스쿨러들은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알아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홈스쿨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이같은 국내 홈스쿨러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이제는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양하게 진행되는 교육 방식에 대해서도 사회가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교육 및 정보 지원 프로그램 절실 홈스쿨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정보다. 이는 홈스쿨러들이 연결돼 있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개개인의 힘으로는 배움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갖기 어렵다. 또한 자신의 학습 방법이 바람직한지,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아쉽다.
고1때부터 홈스쿨을 해온 김겸묵(22)씨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쉽게 찾고 그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면 학교밖이었지만 제대로 홈스쿨을 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던 시간이 아까웠다”고 토로했다. 정보 부족과 함께 홈스쿨러들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것은 이렇다할 교육 프로그램이나 지원센터 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는 홈스쿨러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고작해야 인터넷 교육사이트들이 제공하는 학교과외형 홈스쿨 프로그램 정도가 있다. 구체화된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필요로 하는 학습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만들어 주거나 알려주는 지원센터가 있으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이 역시 서울시대안교육센터나 대안교육연대, 하자센터 등 몇 개에 불과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어느 정도 공통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안학교조차 홈스쿨러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방학 등을 이용해 홈스쿨러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법하나 실제로 그런 곳은 없다. 그룹홈스쿨을 하는 남한산작은학교의 학부모 안영자씨는 “외국의 대안학교 중에는 홈스쿨러 지원센터를 두고 학교 공간을 이용하게 하거나 재학생들과 홈스쿨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행,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간디학교가 주축이 돼 만든 홈스쿨 네트워크 ‘학교 너머’는 홈스쿨러들의 디딤돌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천간디학교 김병삼 교사는 “학교 너머는 홈스쿨러 가정을 서로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배움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으고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접 제공하기도 한다”며 “더 많은 학교 너머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으로서의 정당한 대우 아쉬워 학교를 벗어난 홈스쿨러들에 현실적으로 가장 큰 불편을 주는 것은 신분의 문제다. 학교를 그만둔 순간 홈스쿨러들은 사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는 자유로움을 보장받은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이만저만한 불편을 주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학생으로서 받았던 각종 할인혜택 정지는 크나큰 타격이다. 버스, 지하철, 박물관, 극장, 놀이공원 등 어디를 가더라도 탈학교 홈스쿨러들은 성인 요금을 내야 한다. 학생증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적의 신분인 홈스쿨러들에겐 은행계좌 개설도 힘들다. 고2 때 학교를 그만둔 송은영(22)씨는 “미국에 가고 싶었는데 비자조차 나오지 않았다”며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게 여권이었는데 그나마 비자가 필요한 곳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고 허탈해했다. 물론 3년전부턴 탈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증이 발급되고 있기는 하다.하지만 이 카드는 몇가지 시설이나 서비스 이용시 할인 혜택을 주는 것 외에 탈학교 홈스쿨러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가르는 역기능을 한다. 중3때부터 혼자서 공부하고 있는 김재인(18)군은 “탈학교 청소년들 가운데는 별 혜택도 없는 청소년증을 ‘개목걸이’에 비유하며 일부러 발급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과 탈학교 청소년 모두를 아우리는 신분증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학이나 취업에 있어서 받는 차별대우 역시 홈스쿨러들에게 크나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대다수 홈스쿨러들은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는 진학을 꿈꾼다. 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공부를 해오고 경험을 쌓아온 홈스쿨러들을 환영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때문에 수시모집이나 특별전형 등에서 홈스쿨러들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대학에 들어가기란 힘들다. 3년간 홈스쿨을 했다는 박지영(19)양은 “방식이 달랐을 뿐 학교 다니는 애들과 똑같이 진로찾기를 했는데 이것을 인정해주는 대학을 찾지 못했다”며 “오로지 고등학생 졸업자만을 뽑는 현재의 대학 입학시스템은 홈스쿨러에 대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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