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특별검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에서 4·16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을 수사해 온 이현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세월호 특검)가 관련 의혹들을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세월호 블랙박스 격인 디브이아르(DVR·CCTV 저장장치)를 바꿔치기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볼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특검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반발했다.
세월호 특검은 10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세월호 증거조작·편집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어 “의혹이 제기된 디브이아르 바꿔치기와 증거조작 의혹, 정부 대응의 적정성 등을 수사한 결과,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어 공소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5월13일 출범한 특검은 90일 동안 △폐회로텔레비전(CCTV) 데이터 조작과 △디브이아르 수거 및 인수인계 과정 △디브이아르 관련 정부 대응 적정성 의혹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여왔다.
먼저, 특검은 디브이아르 수거 과정에서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해 해군과 해경이 밝힌 수거 시기인 2014년 6월22일 전에 디브이아르가 은밀하게 수거됐을 가능성을 아주 낮다고 판단했다.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부터 6월23일까지 해군·해경이 교신한 음성 파일 4천 시간 분량과 수색 관련자 증언 등을 분석한 결과, 누군가 시야 확보가 매우 어려운 수중에서 선체 내부로 들어가 디브이아르를 수거해 참사 해역을 빠져나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6월22일 수거된 디브이아르가 바꿔치기 된 가짜라는 의혹을 두고서도 수거한 디브이아르가 세월호 선체에 설치됐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월호 폐회로텔레비전 데이터 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복원촉탁인이 복원하는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을 뿐, 조작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조작 의혹을 제기한 복원데이터는 2014년 법원의 폐회로텔레비전 검증 절차 뒤 복원촉탁인이 개인 ‘작업용 하드디스크’에 보관해오던 것이었고, 다른 자료들과 같이 저장돼 포맷되고 복원되는 과정에서 데이터들이 뒤섞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참위가 조작의 흔적으로 지목한 ‘페이지 파일 특이현상’ 등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조작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디브이아르 관련 청와대 등 정부 대응 적정성을 놓고서도 범죄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특검은 결론 내렸다. 특검은 “대통령기록물 및 해군·해경의 통신자료를 포함한 제반 증거들을 수사한 결과 수거 과정이나 데이터 분석과정에서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수사 기간 동안 대통령기록관을 비롯해 해군, 해경 등 총 10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78명을 조사했다. 확보한 디지털 증거만 169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이현주 특검은 “7년의 무게만큼이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며 특검 구성원 모두가 한 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했다”며 “부디 이번 수사로 관련 의혹이 해소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로써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9번째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 활동이 끝이 났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선체조사위 조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검찰 특별수사단(특수단) 수사 등이 이뤄졌다.
발표를 지켜본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사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과 같이 특검 수사 결과도 피의자나 피조사자 진술에 의존한 추정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정부 대응의 적정성과 관련해 적어도 참사 당시 미수습자를 수습하는 과정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수사할 수 있는 사안을 왜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오늘 발표로 의혹들이 전혀 해소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문종택씨는 “특별하게 ‘수사’를 하라는 취지에서 출범한 특검이 특별하게 ‘검사’만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옥기원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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