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해보니 내 자리 없어”…육아휴직자 3명중 1명 ‘불이익’

직장갑질119, 모성보호 보고서 발표
복직 6개월 뒤 받는 사후지급금
34%가 퇴사 등 이유 받지 못해
육아휴직·출산휴가 사용했다고
권고사직 통보·진급 누락 사례도
“노동부, 사업장 특별감독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남양유업이 본사에서 일하던 육아휴직 복귀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폭로가 나오며 논란이 되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육아휴직자 3명 중 1명이 복직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12일 지난해 7월1일부터 지난 4월30일까지 임신·출산·육아 등과 관련해 접수된 갑질 사례를 분석한 ‘모성보호 갑질 보고서’를 발표했다. 직장갑질119가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육아휴직자 31만6431명 가운데 34.1%(10만7894명)는 복직 후 6개월이 지나야 수령할 수 있는 육아휴직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다.이는 육아휴직 복직 뒤 6개월 전에 퇴직해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와 육아휴직 연장, 개인휴직 등으로 인해 지급이 보류되는 사례 등을 포함한 수치다.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 급여는 휴직 기간에는 75%만 지급하고 나머지 25%는 복직 뒤 해당 사업장에 6개월 이상 계속 근무한 것이 확인될 때 지급된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의 복직 뒤 비자발적인 퇴사를 막자는 취지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을 구하기 힘든 시기이므로 자발적 퇴사보다 권고사직 비율이 높다고 보여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육아휴직 불이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권고사직 통보를 듣거나 진급 누락 등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ㄱ씨는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한 첫날, 출근을 하니 자리가 사라져 있었다. 대표님은 회사 경영상의 이유를 들며 제가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갔다고 권고사직을 권했다”며 “(이를 거절하니)상사가 저를 불러 소리를 지르며 펜을 집어던지고 화냈다”고 직장갑질119에 제보했다. 남성 직장인 ㄴ씨도 “10년 가까이 근무를 했는데 둘째가 생겨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직하려고 하니 회사에서 복직하지 말고 그만두라고 했다. 복직한 뒤 업무 배제, 회의 배제, 컴퓨터 미부여 등을 경험하다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다음해에 복직했는데 진급 누락 사유가 없음에도 진급에서 계속 누락됐다. 인사위원 중 한 분과 면담이 있었는데, ‘출산휴가를 다녀오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직장인 ㄷ씨)는 제보도 있었다.

육아휴직·출산휴가 등을 신청 단계부터 협박이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ㄹ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하니 면담 자리에서 ‘육아휴직 쓰면 너 인생 망하게 해준다. 사람 흥하게 해주긴 어려워도 망하게 해주기는 쉽다’ 등의 말을 하며 협박했다”고 했다. 직장인 ㅁ씨는 임신 8주차에 병원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임신단축근무제도를 신청했지만 팀장에게 ‘그냥 회사에서 쉬면 안 되겠냐’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회사에서 쉴 수 없었고, 오히려 업무량이 많아져 초과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통증이 계속돼 다시 단축근무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고 며칠 뒤 계약 만료 통보를 당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출산 전후 휴가·육아휴직 뒤 퇴사가 반복되는 사업장에 대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출산휴가 전후 해고 절대 금지 기간 확대 및 회사가 불이익을 줄 경우 처벌하는 법 조항 신설 △육아휴직 후 복귀 노동자 지원 강화 등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