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 내 괴롭힘 피해 폭로가 나온 네이버 해피빈 재단 관계자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을 옹호하는 탄원서를 써달라고 퇴직자들에게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해피빈 재단 관계자들은 ㄱ실장과 최인혁 대표 등에게
폭언·업무 압박 등의 괴롭힘을 당했다는 퇴직자들의 폭로가 담긴 보도가 나온 지난달 31일부터 복수의 퇴직자에 연락해 ‘ㄱ실장을 변호하는 탄원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보낼 네이버 본사 홍보부서 리더의 이메일 주소를 일러주며, 여기에 담길 내용을 정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상당수는 탄원 작성을 원치 않아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한 퇴직자는 <한겨레>에 “회사에서 (괴롭힘 피해) 제보자를 찾고 있어 거절하면 제보자로 몰릴까 봐 걱정이 됐다. 하지만 (괴롭힘의) 간접경험자였기에 탄원서를 쓰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튿날인 1일 네이버 홍보부서는 해피빈 전·현직자 15명의 글을 앞서 괴롭힘 폭로를 보도한 <한겨레>와 <한국방송(KBS)> 등에 보냈다. 여기에는 “입사 후 해피빈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 “퇴사한 팀장들이 악의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증언했다고 생각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 직원들만 접근할 수 있는 네이버 내부망에는 지난달 31일 밤 11시30분께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ㄱ실장에 대한 해피빈 현직원 9명의 “괴롭힘은 없다”는 내용의 탄원이 올라왔다. 재직자가 20여명인 이 회사의 절반 정도 인원이 밤늦은 시간에 1시간 30여분 동안 탄원서를 올린 것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네이버 게시판에는 탄원서가 자발적으로 작성됐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기도 했다. “아무리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를) 존경하더라도 그 새벽에 많은 사람이 글을 쓰는 건 이상하다”, “새벽에 메신저 단체방을 보고 가상사설망(VPN)을 연 뒤 내부망에 로그인하다니”라며 의구심을 보내는 의견과 “(가해자로 지목된) 실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느낌”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탄원서 요구가 이달 초 시작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와 네이버 자체 조사를 방해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탄원서가 강요에 의해 작성됐다면 조사 방해에 해당되므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적극적으로 조사할 의무가 있는 회사는 이를 제재했어야 한다”며 “만약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사부서장 등이 탄원서 요구에 동참하거나 이를 보호했다면 (회사에 의한) 2차 가해도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본사 관계자는 “ㄱ실장은 ‘퇴직자에게 연락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탄원서를 독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ㄱ실장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그는 전화를 받지 않고 ‘본사 홍보팀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해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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