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네이버 직원의 추모공간이 회사 로비에 마련되어 있다. 성남/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업무에 투입하자마자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상사가 제게 ‘네가 아는 게 뭐야? XX 너 뭐 할 줄 아는 거 없냐? X 같네. XX, 대답하라고” 등의 폭언을 계속해서 했습니다. 사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더니, 되려 저보고 이해하라며 부서장을 두둔했습니다. 상사와 업무를 분리해주지도 않았습니다.”(아이티 기업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ㄱ씨)
“부서장의 갑질 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 바닥에선 실력이 인성이라며, 자신이 물어본 걸 모르면 소리를 지르고 비난을 합니다. 이사는 “야, 너 개발자 맞아? 이건 기본이고 상식이야 상식”, “내 말이 무조건 정답이야. 난 틀린 적이 없어. 맘에 안 들면 중이 절을 떠나라고”라며 소리를 지릅니다. 이사의 괴롭힘 때문에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아이티 기업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ㄴ씨)
직장갑질119,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등이 참여한 ‘판교 아이티(IT)사업장의 직장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접수된 제보 중 일부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아이티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직장 상사의 갑질 등에 대한 폭로가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비슷한 일들이 아이티 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공대위는 자신들이 운영 중인 아이티갑질신고센터에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총 21건의 갑질 사례를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제보를 유형별로 나누면 폭언·모욕 9건, 실적압박 7건, 업무배제·따돌림·해고 5건이다.
접수된 제보를 보면 실적과 성과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이 두드러졌다. 8월 센터에 문을 두드린 한 아이티 회사 재직자 ㄷ씨는 “(직상 상사가)사업 기간이 2년인 프로젝트를 3개월 내 종료하라 강요하고 기간 안에 하지 못했다고 저성과자로 평가했다”며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부서 내에 소문을 내고 다닌다. 사소한 잘못에도 ‘회사를 때려치워’라며 윽박지르고, ‘화장실 갈 때도 보고하고 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ㄹ씨는 “대표와 임원이 거의 매일같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라고 강요하며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를)나가야 한다는 말을 계속한다”고 토로했다.
업무량을 줄여달라는 요청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몰아붙인 사례도 있었다. ㅁ씨는 “업무 강도가 너무 높고, 잦은 야근과 성과 압박에 시달렸다”며 “업무량 조정을 요청하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합리적 이유 없이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며 업무를 압박하는 행위 △객관적 평가 기준 없이 평가, 인센티브, 스톡옵션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행위 등을 현재 개정 작업 중인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아이티 기업 총수들을 불러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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