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모습. 성남/연합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2월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간사업자 모집을 위한 공모지침안을 마련할 당시, 이 안이 공고 이틀 전에야 담당 개발부서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공모지침안을 만든 인물은 유동규 기획본부장의 ‘별동대’로 불리던 전략사업팀의 정아무개 변호사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추천으로 공사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이 사업 ‘첫 단추’ 격인 민간사업자 모집부터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지침안 작성 및 결재 과정을 잘 아는 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4일 <한겨레>에 “기획본부 산하의 전략사업팀이 작성한 공모지침안이 당시 실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개발사업본부 쪽에 전달된 것은 2015년 2월11일 늦은 오후로 기억한다. 당시 개발사업본부에서 여러 사람이 공모지침안을 읽어보고 고쳐야 할 것을 모아서 에이포(A4) 한 페이지 정도로 검토 의견을 보낸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 내용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문서목록을 보면 정 변호사가 공사 사장에게 공모지침서 결재를 받은 시간은 개발사업본부가 문서를 받은 바로 다음 날인 12일 오후 3시16분이었다. 이어 13일 정 팀장이 작성한 공모지침서가 외부에 공고됐다. 공고일이 13일로 정해진 상황에서 공모지침안이 결정되기 사실상 하루 전에 담당 부서에 전달된 셈이다. 공사 관계자는 “당시는 유동규 기획본부장이 인사 권한을 가지면서 전략사업팀을 통해 개발사업까지 맡았던 때다. 개발사업본부는 사실상 실무만 하고 들러리를 선 셈이다. 당시 개발사업본부 담당자들이 압박을 많이 받았다. 윗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니까 집에 가든지 일을 하든지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쟁점이 됐던 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현재 논란이 되는 초과 이익 환수와 관련된 내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공모지침안에는 수익 배분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은 사업협약에서 정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초과 이익 환수 부분은 논란이 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모지침안 제11조(출자금의 회수 및 수익금 배분)를 보면 “공사와 민간사업자는 사업기간 종료시점의 총 수익금에 대하여 사업협약 시 정한 방법으로 배분한다” “수익배분과 관련된 기타 세부적인 사항은 사업협약에서 상세히 정한다”고 되어 있다. 이후 화천대유 쪽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이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2015년 6월15일 체결한 사업협약에는 공사 몫으로 1공단 공원조성비 2561억원과 임대주택용지 상당액만큼의 배당 우선주를 가지는 것으로 정리됐다. 당시 사업협약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화천대유 쪽에 임대주택단지 대신 현금으로 정산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어 같은 달 22일 체결된 주주협약에는 임대주택단지를 현금으로 정산할 때의 액수를 1822억원으로 못 박았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업본부 쪽 담당자들은 화천대유 쪽이 분양을 맡은 지역의 택지 분양가가 평당 14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이익을 공사와 나누는 방안 등을 전략사업팀에 제안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재 과정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정 변호사가 공모지침안을 결재받았던 2015년 2월12일은 황아무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근무를 하던 때였다. 하지만 황 전 사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 변호사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황 전 사장은 같은 달 13일 해당 공모지침안이 공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퇴직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황 전 사장이 해당 공모지침안 결재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황 전 사장이 물러난 뒤 공사의 사장 직무대리를 맡은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은 이후 전략사업팀 등을 통해 대장동 개발 과정에 개입했고, 사업주체 사이의 이익 배분을 결정하는 주주협약의 최종 결재자로 나섰다.
배지현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