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 모습. 성남/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이 ‘특정업체가 유리할 수 있다’며 개발사업팀에서 제출한 공모지침 수정 의견을 전부 묵살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서를 검찰이 확보했다. 전략사업팀은 유동규(구속) 전 기획본부장의 별동대처럼 움직였던 대장동 사업 전담조직이다. 검찰은 이 문서가 유 전 본부장이 사업자 선정 초기 단계부터 영향력을 행사한 주요 증거라고 보고 배임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015년 2월11일 개발사업1팀 주아무개 지원팀장이 빨간 글씨로 직접 의견을 적어 넣은 ‘공모지침서 검토안’ 원본을 확보했다. 같은 날 전략사업팀 소속 정민용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지침서 검토를 개발사업본부 쪽에 의뢰했고, 이에 대한 검토를 주 팀장이 맡았다. 주 팀장은 한글파일로 작성된 공모지침서에 빨간 글씨로 ‘이런 식의 공고는 일방적으로 특정업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담아 대안까지 포함한 문서를 정 변호사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같은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공모지침서는 정 변호사가 작성한 내용 그대로 다음날인 2월12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결재를 거쳐 2월13일 외부에 공고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유 전 본부장이 검토안을 보고 상당히 분노해 주 팀장을 불러 사표를 쓰라고 강하게 질타했고, 이후 주 팀장은 대장동 업무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당시 주 팀장이 ‘특정업체에 유리하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개발 사업 첫 단추인 공모지침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화천대유 쪽 컨소시엄을 염두에 뒀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은 공모지침서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화천대유 쪽 컨소시엄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와 이전부터 친밀한 관계였다. 두 사람이 소개한 인사들이 전략사업팀에서 유 전 본부장 지휘를 받아 대장동 사업을 추진했다.
2015년 5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는 화천대유 쪽 사업협약서를 검토한 뒤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가 7시간 만에 이 내용을 삭제했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 유 전 본부장과 전략사업팀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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