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사무실 앞에 서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안에 원자력 발전에 10억달러(약 1조3775억원)를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또 프랑스와 핀란드, 동유럽 등 유럽 10개국 장관들이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 등 유럽 주요 신문에 공동 기고문을 내 “원자력 에너지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무기”라며 원자력을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했다.
에너지 대란이라고들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을 줄이자 천연가스가 대체품으로 주목받으면서 가격이 뛰어올랐다.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석탄 사용량이 다시 늘고, 원자력 발전으로 눈을 돌린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세계가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원전에 대한 성찰을 해왔다. 하지만 에너지 대란 속에서 당장 가용한 안정적 에너지원이라는 이유에서 다시 원전으로 회귀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이어진다. 안정과 성장을 포기할 정부와 기업은 사실상 없다. 기후변화는 절대 환경 뉴스가 아니다. 경제·산업과 외교와 정치의 문제인데도, 한국 사회의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은 여전히 복잡한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이 없다. 그래서 한 소통전문가는 “기후위기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인지 알리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부가 더 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후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바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엔디시)를 기존 정부안보다 상향한 것이다.
우선 산업계는 지금의 목표가 과도하다고 말한다. 반면 환경·기후운동가들은 정부안에 과학이 경고하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과 의지가 없다고 평가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전환과 투자로 먼저 ‘매’를 맞는 것이 낫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 역시 이번 상향안이 다른 선진국의 목표보다 낮은 편이며,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적어도 2030년까지는 너무 적다는 ‘탄소감축, 숫자 너머의 진실’(<한겨레> 13일치 9면, 15일치 8면) 기사를 적었다. 세계 10위권 중반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온실가스 다배출 역사’를 생각할 때, 미진한 이 안마저 “도전적 목표”로 여겨지는 다소 슬픈 현실도 함께 소개하며.
오는 18일 탄중위는 이러한 상반된 평가를 받는 상향안에 대해 최종 심의·의결한다. 정부안이 큰 변동 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나마 지난 8월 초 탄중위가 공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안 중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을 고려해 탄중위 시나리오가 압축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올해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아쉬움으로 기록될 것이다. 현재 목표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종 의결을 나흘 남긴 지난 14일 윤순진 탄중위 민간위원장을 만났다는 기후단체 소속 청년들의 표정이 기자의 마음에 깊게 남아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취지로 한 기자의 말에, “2030년이 이런데, 2050년은 더 잘할까요?”라고 말하는 그들의 눈빛에는 많은 원망이 서려 있었다. 이들의 절망과 불안도 산업계의 불안만큼 주목해야 한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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