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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차라리 외국 가자…“불법” 30년 전 판례가 옥죄는 K-타투이스트

등록 2021-10-18 15:10수정 2021-10-19 02:36

코로나에 손님 줄었는데 ‘불법 낙인’ 여전
지난 9월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타투이스트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오른쪽)이 진정 및 긴급구제신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타투이스트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오른쪽)이 진정 및 긴급구제신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타투이스트(문신사) ㄱ(32)씨는 지난 8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 머물며 타투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에만 두번째 출국이다. 에스엔에스(SNS)를 타고 한국 타투 장인들의 꼼꼼한 손기술, 예술성, 독창성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올해 상반기 출국했을 때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데, 당시 국내에선 국외 백신 접종을 인정하지 않았던 탓에 귀국 뒤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ㄱ씨는 “어차피 코로나19 때문에 한달 작업량이 5건 정도에 그쳤던 시기라 2주 동안 일을 못해도 크게 영향이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으로 타투를 받으러 오는 외국인이 줄자, 북미·유럽 등으로 직접 작업을 나가는 타투이스트들이 늘고 있다. ‘문신’으로 통칭되던 한국 타투가 세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하자 ‘K-타투’라며 섣부른 작명을 하기도 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ㄱ씨와 같은 비의료인 타투 시술이 불법인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직업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데다, 단속과 처벌이라는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 차라리 한국을 떠나는 이유다. 타투이스트 중에는 2030세대가 많다. 타투이스트 ㄴ씨(29)는 “예비군에게 얀센 백신이 접종된 여름 이후부터 주변 타투이스트들이 정말 많이 출국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김아무개(43)씨는 내년 초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할 예정이다. 그는 단기 체류가 아닌 최소 2년 동안 일할 수 있는 취업 비자를 받았다. 김씨는 “한국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게 될까봐 항상 가슴을 졸여야 한다는 불안이 제일 컸다”고 했다. 소득 증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세 대출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주변에서도 타투를 한 시민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조폭 문신’이라며 음습한 문화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자기 표현의 한 방식 정도로 자리잡고 있다.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과 운동선수 상당수가 국내에서 받았다면 불법시술이었을 타투를 테이프 등으로 대충 가리고 나와도 문제삼는 일은 없다.

30년 전 대법원 판례가 타투이스트들을 옥죈다. 1992년 대법원은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의료법(제27조)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사면허가 없는 타투이스트 시술은 불법이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보건범죄단속법(제5조)은 영리 목적으로 의사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했을 때는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 부과 및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국내에서 (타투가) 제도화된다고 하면 힘들게 외국으로 나가서 지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타투이스트 ㄷ씨(40)도 “2011년 같은 숍에 있던 타투이스트 2명이 구속되는 걸 보고 저도 범죄자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이민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타투가 합법이었다면 미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타투 시술 금지는 개인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고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관련 단체들은 타투 시술 처벌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수차례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지난 6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문신 등 신체예술 관련 미국의 법제도 현황과 시사점’ 연구보고서는 “문신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양성화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때가 임박했다”고 했다. 국회에는 ‘문신사법안’,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 ‘타투업법안'이 각각 발의된 상태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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