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방역체계 전환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음식점 앞 기존에 설치된 24시간 영업 간판의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방안 발표에 “한숨을 돌렸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5일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의 시간 제한을 없애는 등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 초안을 공개했다.
시간 제한 조처로 영업에 타격이 컸던 자영업자들은 “숨통이 트인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10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연희(41)씨는 “그동안 시간 제한 때문에 장사를 제대로 못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가게 운영을 그만두고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알아보던 차였다”라며 “시간 제한이 풀린다고 하니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원래 새벽 3시까지 장사를 했는데, 밤 9∼10시 제한이 생기면서 매출이 80%가량 줄었다”며 “직원을 내보내고 각종 대출로 버텼다. 빨리 영업이 정상화돼 일부라도 갚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방역체계 전환을 앞둔 25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에서 10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기용(61)씨도 “시간 제한이 없어지면 매출이 코로나 전의 80%까지는 올라올 것 같다. 상황을 지켜보고 재료 발주도 더 넣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95%까지 떨어져 하루에 8천원밖에 팔지 못한 날도 있다”며 “호프집에 시간 제한은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미옥(62)씨도 “시간 제한 완화는 반가운 일”이라며 “(장사가 안돼) 오죽하면 3년 부은 주택청약을 깨서 임대료를 냈는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려도 코로나19 전처럼 매출이 회복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2)씨는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다고 매출이 크게 오를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정부 방침보다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시민들이 밖에서 음식을 사 먹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야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7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상덕(34)씨도 “영업시간 제한이 풀려도 손님들에게 시간 제한이 습관처럼 남아있다”며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손님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시간 제한을 없애면서 이른바 ‘백신 패스’로 불리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이 검토되는 실내체육시설 등 일부 업종 자영업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황윤재(38)씨는 “고객 중에는 백신 접종을 아예 안 한 분들도 있는데 백신패스가 도입되면 그런 분들은 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형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대표는 “제가 운영하는 업장 기준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고객이 20%가량은 된다”며 “당장 11월 초부터 이분들이 운동을 못 하면 환불이나 몇 달씩 정지를 할 텐데, 영업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관련해 연맹 내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차라리 현행 시간 제한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초안’은 오는 27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의 제3차 회의를 거쳐,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윤주 박강수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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