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기후정의 세계 공동행동’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지구를 상징하는 붉은색 ‘지구공’을 앞뒤로 굴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달 날씨가 급격히 변해서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 한파로 공급이 줄어든) 양상추 문제 등이 계속되면 먹고사는 문제에 직결되잖아요. 앞으로 내가 살아갈 미래에 위협을 느낍니다.”(박수민·14)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정부가 기후정의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 집회를 열고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후위기를 막기엔 터무니없이 모자란다”며 “기후정의에 입각해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다시 작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COP26에서는 예상했던 말 잔치가 펼쳐지고 있다”며 “가장 배출량이 많은 나라들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가장 큰 힘을 가진 나라들은 책임을 뒤로 미룬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 등 전 세계 기후활동가와 시민들이 글래스고 등 각지에서 진행하는 시위에 연대하기 위해 열렸다. 이오이 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장은 “오늘 전 세계 250여곳에서 200만명 넘게 저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운영위원장은 “저희는 COP26이 탐탁지 않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자국의 이익과 경제 성장을 포기하지 않은 채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한다”며 “한국 정부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갔는데, 국제사회와 우리의 목표 요구치에 못 미칠뿐더러 내용이 기만적이다”라고 지적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기후정의 세계 공동행동’ 참석자들이 ‘기후정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방역수칙에 따라 499명(주최 쪽 추산)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종이 상자에 ‘2030 감축 목표 정의롭게 수립하라’, ‘미래세대 아름다운 지구 물려줘요’ 등을 적어 만든 손팻말을 든 참석자들이 눈에 띄었다. 참석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기후위기 지구를 상징하는 붉은색 ‘지구공’을 앞뒤로 굴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후 이들은 “지금 당장 기후정의”, “한국 정부 부끄럽다. 기후 악당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로 1개 차로를 가득 메우고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보신각 앞까지 행진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상징하는 탈을 쓴 활동가들이 앞장서 행진했고, 일부 참석자들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거나 북을 치면서 이동하기도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박지훈(8)군은 “기후위기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홍수도 나고, 더워지잖아요. 평소 어머니께 지구를 살려달라고 팔을 붙잡고 말해요. 불안해서요.” 박군의 어머니 김수향(46)씨는 “아들이 기후위기 관련 시위에 세 번 참여했다”라며 “평소 아이와 함께 기후위기 관련 다큐멘터리나 동화책 등을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강한솔(12)양은 “기후변화 때문에 앞으로 오랫동안 살아갈 지구가 망가지는 데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7살·8살 자녀와 함께 참여한 심지윤(41)씨는 “기후위기는 아이들에게 생존의 문제”라며 “제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죽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심정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자 나왔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황혜현(23)씨는 “지구는 저희 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곳이고, 후손들에게도 안식처가 돼야 하는 곳”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정치인들에게 지구 파괴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정의어린(19)씨는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고, 동물과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알리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에는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는 기후단체인 ‘멸종반란 한국’이 ‘지구먹방대회 시상식’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에스케이(SK)·한화·포스코·두산·하림 등 기업과 문재인 정부, 유럽연합에 ‘지구 탈탈 털어먹는 상’ 등을 수여하며 기후위기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윤주 고병찬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