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가 기숙사 사생들에게 받은 서약서.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강대가 지난 3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기숙사 사생들의 외출과 외박을 제한한 것은 과도한 권리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9일 서강대가 지난 3월 벨라르미노·곤자가 국제학사 기숙사 사생들에게 코로나19 관련 서약서를 받고 외출과 외박을 제한한 조처가 “합리적이지 않고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일반 국민에게 요구하는 수준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서강대 총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지난 3월 서강대는 기숙사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사생들에게 ‘외출 시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장소 방문을 삼가며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았다. 서약서에는 ‘감염 위험이 많은 장소(노래연습장, 피시방 등) 방문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한 서강대 졸업생은 인권위에 “서약서 제출 강요는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는 서약서 제출 요구를 다른 방역 조처와 분리해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진정인이 문제를 제기한 서약서뿐 아니라 외출·외박 제한 등 당시 서강대가 사생들에게 내린 공지 전반을 검토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두 기숙사는 지난 3월 서약서 제출뿐 아니라 2주 이상의 장기외박을 제외한 외박을 전면 금지했고, 기숙사 귀가 시간을 30분 앞당겨 밤 11시까지로 변경했다. 또 외출할 때 현관에 마련된 서류에 호실, 이름, 외출 목적, 귀가 예상 시간을 기재하게 했고, 귀가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무단 외박할 경우 횟수와 관계없이 즉시 강제 퇴사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공지 전에는 외박 일수나 사유 제한이 없었고, 외출에도 특별한 제한 없이 야간통행 시간만 정해져 있었다.
인권위는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나 교육부·보건소의 요구보다 추가적인 권리 제한”이라며 “학교 쪽의 일방적인 요구를 피해자들이 거부하기 어려웠음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언제 어떤 곳을 방문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 기본권인 개인의 권리”라며 “경제 활동, 학업, 기타 생활활동 등 필수적으로 외부교통이 필요한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큰 피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서약서 제출 요구가 “양심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서강대 인권센터는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문구를 삭제한 ‘코로나 안전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인권위는 이 또한 불공정한 내용을 포함해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