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영등포서 암행순찰차를 탄 경찰관이 신호를 위반한 오토바이 운전자를 단속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거기 오토바이 멈추세요! 경찰입니다!”
11일 밤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택가 인근을 지나던 은색 쏘나타에서 갑자기 나온 확성기 소리에 지나가던 시민들이 일제히 쳐다봤다. ‘OO치킨’이라고 적힌 배달통이 달린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ㄱ씨는 흠칫 놀라며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지붕 위에 경광등도 없고 파란색과 흰색도 아닌 은색 쏘나타를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ㄱ씨를 불러세운 건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계 3팀 나광일 경위였다. 함께 단속에 나선 장보순 경장이 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신호를 위반하고 안전모까지 쓰지 않은 ㄱ씨는 “뒤에서 경찰이 단속하고 있다는 건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신호위반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장 경장은 ㄱ씨에게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5점을 부여했다. ㄱ씨가 “이제 이렇게 24시간 단속하냐”고 묻자, 장 경장은 “그렇다. 숨어서 단속하니까 더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쏘나타는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지난 8일부터 도입한 암행순찰차다. 2016년 처음 도입된 암행순찰차는 일반 승용차처럼 보이기 위해 경광등을 차량 내부에 숨겨 설치했다. 평소에는 경광등을 끈 채 도로를 순찰하다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경광등과 사이렌을 켠다. 경찰 마크는 앞문에만 붙어 있어 멀리서 보면 일반 승용차와 구분하기 어렵다. 도입 당시에는 고속도로에서만 운영되다가 점차 시내 도로 단속에도 확대해 활용하고 있다.
영등포경찰서는 매일 오전과 오후 각 1∼2시간씩 암행순찰차를 이용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난폭운전부터 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오토바이 인도 주행, 안전모 미착용 등을 단속한다. 이날은 법규를 위반한 오토바이 14대, 승용차 2대를 적발했다. 무단횡단을 하려는 사람이나 역주행 자전거를 향해 경고방송을 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지난 8일부터 도입한 암행순찰차.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특히 최근 비대면 음식배달 등이 늘면서 교통법규 위반도 증가하는 오토바이를 단속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암행순찰차를 시범 운용한 서울경찰청 도시고속순찰대는 일반순찰차보다 약 4배에 달하는 오토바이 교통법규 위반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물론 암행순찰차도 오토바이 단속에 애를 먹는다. 조금만 이동할 공간이 있으면 바로 도망가는 바람에 놓치기 일쑤다. 이날 저녁도 신호를 위반한 오토바이가 “운전을 멈추라”는 안내방송을 듣자마자 차량 사이로 빠져 나가는 일이 두 차례 있었다.
영등포경찰서가 운행하는 암행순찰차에는 과속 측정 장비가 없지만, 경찰은 과속 차량 단속 장비도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7일 고속도로순찰대 등에서 운용하는 암행순찰차에 과속 차량을 자동으로 식별하는 ‘순찰차 탑재형 교통단속장비’를 장착해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장현은 이우연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