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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진도 믿지 못할 사기…요소수 ‘단톡방’ 붐빈다

등록 2021-11-14 17:03수정 2021-11-15 02:35

요소수 관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여러개
사기 판매자 정보공유, 추가 피해 예방
주유소 입고 여부·가격 정보도 나눠
서울 광진구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재고없음’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 주유소는 “지난 4일 이후로 요소수가 입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강수 기자
서울 광진구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재고없음’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 주유소는 “지난 4일 이후로 요소수가 입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강수 기자

울산광역시에 사는 ㄱ씨는 10년째 화물차를 운전하는 아버지에게 요소수를 구해드리기 위해 온라인 중고거래에 나섰다. ㄱ씨는 지난 5일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만난 요소수 판매자에게 1통(10ℓ)당 4만원, 모두 10통을 주문하고 40만원을 입금했다. 이 판매자는 “광주광역시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물류창고에 쌓인 수십통의 요소수 사진을 보내 ㄱ씨를 안심시켰다. 돈을 보낸 ㄱ씨는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건을 보내면 택배 운송장 번호를 알려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요소수는 배송되지 않았고, 나흘 뒤인 지난 9일 저장해 둔 번호로 다시 연락해봤지만 ‘없는 전화번호’라는 기계음만 들렸다.

정부의 긴급수급조정조치로 한숨 돌렸지만, 요소수 품귀난에 따른 온라인 사기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민들은 온라인 단체대화방을 열어 추가 피해자를 모으고, 사기판매자의 신상 정보를 공유해 추가 피해를 막는 등 자체 대응에 나섰다. 요소수가 입고된 주유소와 가격 정보도 실시간으로 나누고 있다.

14일 <한겨레>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살펴보니, ‘번개장터 요소수 OOO 사기꾼 잡는 방', ‘OOO 요소수 사기 피해자 모임’, ‘화물차 요소수 정보교환방’, ‘긴급 거래 전문유통방 ’등 10~1000명이 참여하는 요소수 거래 관련 정보교환방이 10여개 개설돼 있었다. 정부의 긴급수급 대책 발표 뒤에도 급하게 요소수를 구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요소수 관련 정보가 수시로 올라왔다.

ㄱ씨도 사기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뒤 같은 판매자에게 사기당한 사람이 여럿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추가 피해자를 찾기 위해 단체대화방을 개설했다. ㄱ씨는 “많은 피해자가 동일범에 대해 신고할수록 수사가 해당 사건으로 집중된다고 들었다”며 “사람의 간절함을 이용해 사기 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보교환방에서는 사기 의심 업체나 개인 판매자의 쇼핑몰 주소, 판매자 연락처와 주고받은 대화 내역 등을 공유하고, “사기입니다. 구매하지 마세요”, “선입금=99.9% 사기”라는 글을 올리며 사기피해 예방을 당부한다.

요소수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단체대화방에서 나온 사기 피해 관련 대화를 발췌해 재구성한 사진.
요소수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단체대화방에서 나온 사기 피해 관련 대화를 발췌해 재구성한 사진.

정부는 지난 13일 전국 100개 주유소에 차량용 요소수 180만ℓ를 순차적으로 공급하기로 했지만, 요소수를 사려는 이들과 파는 이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요소수 판매 거점 주유소가 아닌데도 요소수를 찾는 이들이 많아 주유소 직원들이 애를 먹기도 한다. 서울 광진구의 한 주유소 직원은 “손님들이 정부가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판다고 하니 찾아오는데 (요소수가)없으니, 욕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요소수가 입고된 주유소 위치, 가격 등 다양한 정보를 단체대화방에서 나누며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중이다. 화물차 기사들 약 1000명이 모인 한 대화방에서는 이날 “서해안 하행 대천, (요소수) 리터당 3000원, 대기줄 없음요”, “청도 상행 빨리 오셔요. 제 앞에 3대 (대기 중)” 등 요소수 수급 정보가 분 단위로 쏟아졌다. 또 한 회원이 주유소 위치 사진을 띄우며 “리터당 9000원을 받는 곳이 있다”고 가격이 비싸다고 하자, “신고하세요”라는 글과 함께 정부합동단속기관 신고전화센터 번호가 올라오기도 했다.

글·사진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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