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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경 무용론’, 언론이 공범이다

등록 2021-11-30 16:58수정 2021-12-01 00:12

경찰청 ‘여경 혐오담론 구조’ 연구용역 중간발표
여성 경찰 확대론 비난하는 커뮤니티·유튜브 여론
그대로 베껴 쓰며 ‘논란’으로 공론장에 등장시켜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가 여경 논란이라는 미끼를 제공하면 언론이 베꼈다. 이런 언론 보도는 다시 커뮤니티 등으로 퍼 날라지며 원글 및 영상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여경 혐오론을 확대 재생산했다.’

그것은 ‘논란’이 아님에도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분석한 ‘여성 경찰 혐오 담론’의 핵심 유통 경로다. 마 연구위원은 30일 경찰청 주관으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 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젠더 의제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경찰청의 연구용역(여성 경찰 혐오 담론 분석 및 대응 방안 연구)을 진행 중인 마 연구위원은 담론 유통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2015년 1월부터 올해 7월말까지 여경과 관련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2만657건)과 국내 언론사 기사(2326건)를 빅데이터 분석했다.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 2015~2018년 언론의 여경 보도는 주로 경찰 조직 내 여성폭력을 다룬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 ‘여경 확대방안’이 구체적으로 추진되면서 이를 비난하는 커뮤니티 게시글에 언론이 반응했고, ‘여경 무용론’이 공론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2019년 5월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서 경찰이 취객을 체포하는 과정 일부를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여경을 비난하는 여론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는데, 이때부터 커뮤니티 게시글을 취재원으로 삼는 언론 보도가 일반화됐다.

‘현장에서 도망간 여경’도 오보

특히 지난 4월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자를 여경 6명이 제압하는 모습을 ‘논란’으로 보도한 언론은 온라인 커뮤니티 취재 의존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4월18일 게시된 글을 언론이 일주일이 지나 최초 보도하면서 여경 무용론이 불거졌다. 집회 대응에서 경찰이 성별에 관계없이 물리력을 최소화하는 지침에 따른다는 점은 간과되고, ‘여경의 무능’에 초점을 맞춘 비슷한 보도가 이어졌다. 마 연구위원은 “이렇게 기사화된 뉴스는 다시 커뮤니티에 유통되면서 여경 혐오 담론에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했다”고 짚었다.

연구 대상 기간엔 포함되지 않지만, 이달 불거진 경기 양평 여경 논란은 언론이 ‘여경 혐오’를 확대 재생산했다. 지난 2일 양평에서 범인 검거 현장에 출동한 여경이 “엄마”라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는 내용의 영상이 확산되자 일부 언론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보도했다. 실제 여경은 달아나지도 않았고 여경이 낸 비명소리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연구용역이 완료된 뒤 이를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정책 수립과 언론 대응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날 진교훈 경찰청 차장은 “현장경찰관의 대응 문제가 된 사건과 관련해 담당 경찰관의 성별을 문제 삼고, 이를 조직 내·외부의 젠더 갈등 이슈로 연계시키는 시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가 현장 경찰 활동이 지향해야 할 성평등한 경찰행정의 비전과 방향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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