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법조 경력이 있는 이들 가운데서 판사를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온전히 시행되는 시기를 3년 늦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종 의결했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판사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경력 5년 이상’의 적용 시기를 현행 2021년 말까지에서 2024년 말까지로 3년 유예하고, 7년 이상 법조경력을 적용하는 시점도 2025년부터 2028년까지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갖춰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한 법조일원화가 온전히 시행되는 시기도 2029년 이후로 3년 늦춰지게 됐다.
다만 사실상 법원의 요구를 수용한 내용으로 법안이 통과된 만큼, 법관 임용 때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이 충원될 수 있도록 보완책도 마련했다. 개정안에는 판사 임용 때, 성별·연령·법조경력의 종류와 기간·전문분야 등을 적극 반영하고 판사 임용 과정과 결과, 임용제도 개선사항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해마다 보고하도록 한 내용도 담겼다.
법조일원화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해 사법부의 엘리트주의와 특권의식을 깨고자 하는 사법개혁 제도로 2013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돼 왔다. 원칙적으로는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법조인 가운데 판사를 선발하되, 2013~2017년에는 3년 이상, 2018~2021년 5년 이상, 2022~2025년 7년 이상 경력자 가운데서 판사를 뽑고,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 법조경력을 갖춘 이들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방안이 애초 계획이었다.
사법부에서는 최소 법조경력을 10년 이상으로 두면, 진입 장벽이 높아져 법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최소 법조경력 기준을 5년으로 줄이자는 주장을 해왔다. 이런 요구를 담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용 경력을 5년으로 퇴보시키면, 법원은 변호사 시험 성적이 좋은 사람들을 로클럭(재판연구원)으로 입도선매하고 대형로펌은 향후 판사로 점지된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을 할 것이다. ‘후관예우’가 생긴다”고 반대 연설을 했고, 그 뒤 이례적으로 이 법안은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법조일원화 시행 시기를 늦추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9월27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의 원안은 법조일원화 시행 시기를 5년 늦추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시행 시기를 5년에서 3년만 늦추도록 조정하고, 단서 조항도 마련했다. 이렇게 수정된 안이 이날 국회에서 최종 처리된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법안 처리 직후 성명을 내어 “그동안 법조일원화 도입 취지에 사실상 저항하는 수준의 운영을 해온 법원의 요구를 국회가 받아들인 것”이라며 “지난 10여년간의 법조일원화를 평가하고 도입 취지에 맞는 제도 정착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필요한 법관의 수에 대한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논의가 바로 시작되어야 한다. 법관수의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법원개혁을 퇴보시키는 지렛대 논리로 또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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