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주최로 ‘이주노동자 숙식비 징수지침 폐기 및 이주노동자 기숙사 종합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
“아직 숙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이주노동자들이 임시가건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열악한 기숙사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사장들은 숙소 문제 해결에 근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오는 20일 경기 포천시 한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의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노동단체들이 이주노동자 숙소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 했다 .
민주노총과 이주노조 등은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숙소 제공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속헹이 한겨울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생활하다 숨진 뒤에도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속헹의 사망 이후 정부가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농가는 새로운 외국인노동자 고용을 불허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이들은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노동부 대책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은 여러 차례 비판받았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신규 고용이 적다 보니 사업주가 기존의 불법 가건물을 개선할 유인이나 압력이 크지 않았다”며 “노동부 올해 초 조사에서 70%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임시가건물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개선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에게 지급하는 통상임금의 최대 20%까지 숙식비를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지침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주의 과도한 비용 징수의 주범인 숙식비 징수지침을 그대로 둬서 사업주들이 월세 장사 하는 걸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 지침으로 인해 임시가건물 숙소 방 하나에 여러 명을 살게 하면서 사람당 숙식비를 임금에서 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심지어 임시가건물을 규제한다고 하니 인근의 빌라 같은 데로 숙소를 옮기고 4∼5명씩 살게 하면서 한 사람당 수십만 원을 받아 챙기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임시가건물 기숙사 금지 △공공에 의한 기숙사 설립 △숙식비 징수지침 폐지 △기숙사 개선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확대 △숙소 모니터링 및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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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헹 목숨 앗아간 비닐하우스…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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