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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익 보도’ vs ‘음성권 침해’…‘김건희 7시간 통화’ 두고 충돌

등록 2022-01-14 15:55수정 2022-01-14 16:42

오늘 중 결론날 듯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측이 자신과의 총 7시간 분량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이 있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홍종기 변호사 등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측이 자신과의 총 7시간 분량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이 있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홍종기 변호사 등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선 후보자 배우자의 견해 공개는 선거 공정성 확보”, “불법적 목적으로 사적 대화 녹음해 음성권 침해”

14일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음’을 보도하려는 <문화방송>(MBC)과 이를 막으려는 국민의힘이 법정에서 첨예하게 맞붙었다.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는 이날 저녁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는 이날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녹음 파일을 보도할 예정인 <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을 열었다. <문화방송> 프로그램 ‘탐사 기획 스트레이트’는 오는 16일 김씨와 유튜브 채널(<서울의 소리>) 촬영기자의 약 7시간40분가량의 통화 내용을 보도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민의힘 “사적 대화 불법 녹음”

국민의힘 법률대리인은 “기자와의 통화라고 모두 취재는 아니며 이번 파일은 사적인 대화를 불법적으로 녹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전 고지 없이 녹음해 헌법상 보장하는 음성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그는 “여러 사람이 공모해 정치적 목적으로 답변을 유도해 계획적인 범행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보면 이 녹음 과정과 파일에 불법성이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김씨의 입장을 확인을 위해 녹음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공식적인 루트로 하는 것이 언론 기관의 자세”라고 주장했다. 또 “김씨가 당시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며 반론권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9조 3항은 “방송은 특정인의 사생활을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녹음 또는 촬영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방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이와 유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형수 욕설’ 사건에 대해 중앙선관위원회가 ‘편집해 방송하면 후보자 비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며 “방송이 금지되지 않는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법률대리인은 재판부에 “일부 방영을 허가해도 국민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지 않은 사생활이나 자의적 편집으로 후보를 조롱하거나 희화, 폄훼하는 내용은 막아달라”고 밝혔다. 또 “녹음 파일이 방송되는 경우 <문화방송>을 상대로 민사 소송과 형사 고소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김씨의 명예는 회복될 수 없다”고 했다.

<MBC> “대선 후보 배우자 검증은 국민 알 권리”

반면 <문화방송> 쪽은 해당 녹음 파일을 ‘사생활’ 영역이 아니라 대선 후보 배우자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법률대리인은 “김씨는 유력 대선 후보 배우자로서 지근거리에서 쉽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대선 후보자 배우자의 개인 인격이 아니라 정치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충분히 국민이 알아야 할 대상”이라며 비방 목적의 보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은 “김씨는 검증 필요성 충분하다고 보고 특히 채권자(김씨)는 의혹이 많아 대국민 회견도 했고 수없이 보도됐다. 보도의 공인 지위는 분명하다고 본다”며 “선거의 공정성이 후보자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이 알고 싶은 것들이 최대한 공개되고 (이를) 판단받는 게 선거 공정성 확보에 필요하다”고 했다. 음성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도 “공익 필요성이 있으면 적법하다는 판례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도의 공익적 측면을 강조했다. <문화방송>은 “반론을 듣기 위해 2주간 수차례 (반론 청취를)시도했다”고도 덧붙였다. 또 국민의힘 쪽에서 주장한 녹취의 편집·왜곡 가능성에 대해서는 “7시간40분 대화 분량이라 일부만 발췌할 수밖에 없고 발언 취지와 다르게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것을 빼려고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앞선 판례들 “표현의 자유 보장, 다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언론·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앞선 판례들을 보면 대법원은 △표현 내용이 진실이 아닐 경우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닐 경우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 △그 가치가 피해자의 명예에 우월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할 경우 등에 한해서 방송금지 등 사전금지를 인정한다.

2019년 12월 그룹 듀스 멤버 고 김성재씨의 전 연인으로 알려진 김아무개씨가 <SBS>‘그것이 알고싶다’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법원이 받아들였다. 당시 법원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방송을 시청해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2020년 5월 자신에게 제기된 신라젠 차명투자 의혹과 관련해 <문화방송>를 상대로 낸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지난해 11월 수원지법은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대장동 의혹’을 처음 보도한 기자를 상대로 낸 보도 삭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표현의 자유와 보도의 공익성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편, 대선 후보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사전에 막으려는 시도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뉴스버스>는 김건희씨가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4분가량의 통화 녹음을 유튜브에 올렸지만 당시에는 논란이 되지 않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불리한 언론보도 등에 대해서는 제소를 통해 사전에 틀어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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