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조합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2021 보육교사 노동 실태 설문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직장 내 괴롭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화성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ㄱ(43)씨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원장은 교사 회의 시간에 공공연하게 ㄱ씨의 행동을 지적하고, 다른 교사와 이야기를 못 하게 하거나 학부모에게 ㄱ씨의 험담을 했다고 한다. ㄱ씨는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자, 원장은 ㄱ씨를 명예훼손·영업방해죄로 고소했다. 원장의 가해 사실은 지난해 12월 인정됐고 ㄱ씨는 관리기관인 화성시청에 처벌을 요청했다. ㄱ씨는 “(화성시로부터)‘어린이집 운영권은 원장에게 있고, 위탁기간이 남아 있으니 그저 잘 지내보라. 보조금 횡령이나 아동학대가 아니면 원장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없다’는 황망한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ㄱ씨처럼 어린이집 등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10명 가운데 7명은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해자 대부분은 원장 등 어린이집 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2021 보육교사 노동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해 12월1∼17일 보육교사 34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 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71.5%(246명)로, 직장인 평균(28.9%·2021년 9월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조사)의 2.5배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보육교사들 78%(192명)가 괴롭힘 가해자로 원장 또는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를 꼽았다. 가장 응답 비율이 높았던 괴롭힘 유형은 사적용무 지시‧야근강요‧휴가 불허 등 부당지시(62.8%)였다.
지난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뒤에도 보육교사의 75%(258명)는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지난 2018년 10월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뒤 학부모 등으로부터 폭언이 줄었는지를 묻는 말에 ‘줄어들지 않았다’는 응답이 86.0%(296명)였고, 법 시행 후 ‘어떤 예방조처도 취해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81.1%(279명)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영유아보육법에 원장의 괴롭힘 시 처벌조항을 넣어 개정하는 등 괴롭힘 없는 어린이집을 위한 실질적 법적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 지부장은 “지자체는 국·공립 어린이집 위수탁 계약서에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을 명시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즉시 가·피해자 분리 조처를 해야 하며 해고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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