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성동구 한 의원 입구에 신속항원검사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고병찬 기자
“오전에 전화주셨던 분이죠? 우리 병원에서도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합니다. 지금 오시면 됩니다.”
3일 오후 코로나19 진단·치료 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 한 의원은 오전에 검사를 문의했던 환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검사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의원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코로나19 지정 병원으로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지 못했고, 오후가 되어서야 정리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네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 오미크론 대응 체계(동네 병·의원 검사·치료체계 이행계획) 첫날인 3일 곳곳에선 혼란이 벌어졌다. 일찍 명단이 공지된 호흡기 전담클리닉과 달리 동네 병·의원은 이날 정오가 돼서야 참여 명단이 공개됐고,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마련하지 못해 환자들을 돌려보내는 병원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 탓에 이날 오후 <한겨레>가 서울 지역 지정 병·의원 19곳 중 7곳을 찾아보니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병·의원을 찾은 환자들은 비교적 많지 않았다.
정부는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하도록 지정된 동네 병·의원 명단을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누리집 등에 공개했다. 진료는 오전 9~10시께부터 시작됐지만 명단 공개가 늦어지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종로구 한 의원을 찾은 한 환자는 “직장 동료가 확진된 가족이 있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 아침 내내 병·의원에 전화를 돌려도 검사가 안 된다고 하고 사이트에서도 어디서 검사가 가능한지 나와 있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병·의원들 역시 혼란스러워했다. 마포구 한 의원 관계자는 “오전에 신속항원검사를 문의하는 전화가 10통 이상 왔다. 그런데 심평원에서 따로 연락이 없었고 신속항원검사 시스템도 열리지 않아 아직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안내했다. 검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답답했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 의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받지 못해 검사를 시작하지 못하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오늘 세 분이 검사를 받기 위해 왔는데 그냥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한 의사는 “연휴 끝나자마자 새 체계를 시작한다면서 정부에서 키트 등을 주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알아서 사야 한다는 것이 불편했다. 마찬가지로 4대 보호장비(케이에프94 마스크, 페이스 실드, 방호복, 장갑) 등도 개인적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병·의원들은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지는 공간을 수액실 등에 따로 만들거나 일반 환자와 의심 환자의 진료 시간대를 분리하는 등 검사와 일반진료의 동선을 분리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병·의원 공간이 협소한 경우도 많아 일반 환자들은 감염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성동구 지정 의원을 방문한 이수민(24)씨는 “귀가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이곳이 검사 대상 병원이라는 것을 알고 불안해 케이에프(KF)94 마스크를 쓰고 왔다. 오미크론은 전염이 쉽다고 하는데 걱정된다”고 했다. 동네에서 검사를 받는 게 편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양천구 의원을 찾은 임아무개(31)씨는 “신속항원검사가 부정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동네병원에서 검사받을 수 있다는 게 편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에 마련된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의료진이 호흡기질환 환자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진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민들은 여전히 익숙한 선별진료소·검사소를 찾는 모습이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운동장 임시선별검사소의 신속항원검사 텐트 앞에는 10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성아무개(25)씨는 “오늘부터 신속항원검사를 동네 병·의원에서 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태규(62)씨는 “병·의원에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단 걸 알았지만 찾기가 어려웠고 동선 분리가 되는 병원이 없어 보였다. 선별검사소는 그래도 야외고 거리를 두니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선별진료서·검사소 현장의 부담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동구 성동구청 임시선별검사소 관계자는 “아직 혼동하는 분들이 많아서 바로 오시는 분들이 많지만 지난주라면 같은 시간대(오후4시30분) 유전자증폭검사(PCR) 검사 호출 번호가 2000번을 넘는데 지금 642번이다. 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첫날 혼란속에서도 오미크론 대응 체계에 참여한 병·의원 의사들은 진단체계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 종로구 의원 원장은 “진작 이렇게 진단체계 변경을 해야 했다고 본다. 앞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테니까 지금 체계가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마포구 의원 원장은 “전환이 갑자기 이뤄진 감이 있지만, 오미크론 특성과 그간 방역시스템으로 고통받아온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빈
yes@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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