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중인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진료를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속항원검사 할 거고요, 검사 결과는 30분 안에 나옵니다.”
설 연휴가 끝난 뒤 첫 평일인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3일 오후 2시께 병원 지하1층 대기실에만 40여명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었고, 진료실 앞에도 순서가 가까운 대기 인원 10명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는 인적사항과 검사목적 등을 묻고 곧장 검체 채취에 들어갔다. 진료 시간은 길지 않았다. 환자 한 명이 검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서면 방역 담당 인원이 소독을 실시하고 다음 환자가 진료실로 가는 식이었다.
이 병원은 일반 환자들과의 동선 분리를 위해 호흡기전담 클리닉 환자는 외부와 연결된 지하 주차장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하나이비인후과 이상덕 병원장은 “동선 분리를 통해 대기실에서부터 일반 환자와 최대한 섞이지 않게 한다”며 “진료실의 의사 영역은 (오염된 공기가 의사 쪽으로 오지 못하게 공기를 밀어내는) 양압으로, 환자 영역은 (환자가 내뿜는 바이러스가 외부로 가지 않게 모아 배출되는) 음압으로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안전하게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이날 오전에만 96건의 신속항원검사가 진행됐으며, 이 중 19건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3일부터 동네 병·의원이 코로나19 진단·치료에 참여하는 오미크론 대응 체계 본격 시행이 시작됐다. 이날부터 전국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의 코로나19 피시아르(PCR) 검사는 △만 60살 이상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자 △의사소견서 보유자 △요양병원 등이 받을 수 있다. 우선검사 대상이 아닌데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이나 지정 동네 병·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동선 분리, 음압시설 설치 등 감염 관리가 이뤄지는 곳으로, 방역당국이 지정한 병·의원이다.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 439개소 중 391개소에서 코로나19 진료, 처방, 재택치료 관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의원 99곳, 병원 137곳, 종합병원 155곳 등이 포함된다.
경기도에 사는 신규현씨는 이날 오후 선제 검사를 받기 위해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하나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회사 동료 가족이 설 연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씨는 동료들은 선별진료소가 아닌 호흡기 전담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선별진료소보다 대기줄이 상대적으로 짧고,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30분 안에 받아볼 수 있어서다. 양성이 나오면 해당 병원에서 바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진행할 수 있다. 신씨는 “신규 확진자가 2만명이 넘는다고 해서 많이 기다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며 “검사 병원에 시간 맞춰서 잘 오면 (선별진료소 등보다) 금방 받고 끝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 체계 본격 전환 첫날이다 보니 일부 혼란이 일기도 했다. “PCR검사 받을 건데 여기 줄 서야 하나요”, “이비인후과 진료도 같이 볼 수 있나요”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는 환자들로 병원 입구가 혼잡했다. 자가검사키트를 하고 와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현행 방역지침상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경우엔 자가검사키트를 할 필요가 없다. 우선검사대상자가 아닌 경우 선별진료소에서 PCR를 받기 전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양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호흡기클리닉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 의사는 필요한 경우 먹는 치료제를 처방해 주고, 해당 의원이 재택치료 관리까지 맡아서 진행한다. 환자는 진단부처 치료까지 ‘원스톱’으로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달 14일 이후 4명이 팍스로비드 처방을 받아 3명이 투약했다. 해당 병원은 교대 근무를 통해 야간에도 재택치료를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380명의 재택치료 환자를 모니터링했다.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은 모니터링 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집중관리군은 3회에서 2회로 줄이는 등 동네 병·의원에서도 재택치료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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