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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근소차로 대선 승패 갈린다면…‘불복 우려’ 벌써부터 나온다

등록 2022-03-07 17:51수정 2022-03-07 22:03

비밀‧직접 선거원칙 따져보니
사무원이 투표용지 대신 넣는 ‘대리 투입’
“헌법상 비밀선거·선거법 위반 소지 있어”
“후보간 시비 걸지 않겠다는 약속도 필요”
지난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주민센터 밖에 차려진 확진자용 기표소 앞에서 사전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 임시 보관함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주민센터 밖에 차려진 확진자용 기표소 앞에서 사전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 임시 보관함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빚어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투표지 부실관리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선관위의 안일한 대응은 비밀선거라는 헌법상 원칙을 훼손한 것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소차로 승패가 갈린다면, 사전투표 논란을 빌미로 ‘선거 불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이후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선관위 사전투표 운영 방식을 두고 헌법에서 정한 비밀선거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67조1항에는 대통령 선거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 원칙이 명시돼 있다.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진행된 확진‧격리자 사전투표는 투표용지를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 아니었다. 쇼핑백이나 플라스틱 바구니 등에 모았다가 투표사무원이 이를 투표함에 넣는 ‘대리 투입’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밀투표 원칙을 위해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없도록 기표소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직접 투표함에 표를 집어넣는 것이다. 그런데 투표사무원에게 표를 전달함으로써 타인이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이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이미 기표된 용지가 유권자에게 제공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가 투표한 용지인지는 모르더라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는 점에서 비밀투표 원칙이 훼손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선관위의 사전투표 운영방식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관위는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151조2항에 따라 확진‧격리자용 추가 투표함을 마련할 수 없어 투표사무원이 이들의 투표용지를 모아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전투표 절차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158조 4항에는 선거인은 기표소에서 투표 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투표용지를 접어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돼 있다. 투표용지 ‘대리 투입’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표함을 하나만 둔다는 조항 때문에 투표사무원이 대신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투입했다면, 기표 내용을 볼 수 없게끔 충분한 방안을 고민하거나 시시티브(CCTV)이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했었어야 했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대선 결과, 근소차로 승패가 갈린다면, 사전투표 부실 운영을 빌미로 ‘부정투표’와 ‘선거불복’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상희 교수는 “후보 간 표 차이가 코로나19 확진자 이상으로 많이 나면 상관없지만, 표 차이가 미미하면 후보자나 지지자들이 선거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 선관위의 책임을 추궁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것과 별개로 후보 간에 부정선거 시비를 걸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정태호 교수는 “선관위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지만 일부 정치권에서 이를 빌미로 불신을 조장하고 대선 결과에 불복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선관위도 이러한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9일 본투표를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사전투표 때 선관위의 미흡한 조처나 긴 대기 시간에 반발해 신분확인만 하고 투표를 하지 않은 확진·격리자가 9일 본투표 때 투표를 못 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미 신분확인이 이뤄져 투표용지가 출력된 경우, 재투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본인확인만 하고 발길을 돌렸다는 것을 특정할 수 있는지, 투표용지가 출력됐지만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다면, 선거일 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현재 실태 파악 중이다. 관련 사항을 파악한 뒤에 처리방법 등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또한 오는 9일 본투표에선 코로나19 확진‧격리자도 일반 선거인과 동일하게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는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확진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오후 6시부터 7시반까지 투표를 하게 된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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