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 속에 치러진 20대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주고받은 고소·고발 사건으로 대선 뒤에도 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통상 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합의해 고소·고발을 취하해왔지만, 이번에는 양당 두 후보의 표차가 0.7%포인트(24만7천여표)에 불과한 데다, 오는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선 기간에 서로 제기한 고소·고발건은 최소 80여건에서 100여건에 달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지난해 10월10일부터 지난 9일 선거일까지 민주당이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은 모두 57건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민주당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고소·고발이 이뤄진 같은 기간, 언론에 보도된 국민의힘 명의의 민주당 고소·고발 건수를 집계해보니 28건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언론에 보도된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고소·고발건이 29건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소를 포함해 국민의힘의 고소·고발 건수는 민주당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당이 주고받은 고소·고발 대부분의 혐의는 허위사실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을 둘러싼 각 당의 주장과 윤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해명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들어서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두 당이 고소·고발한 사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 고발 사건을 선거 전담 수사 부서인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에 배당했다. “이 후보가 2003년 검사 사칭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누명을 썼다고 선거공보물을 제작한 것이 허위”라며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이 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허위사실공표)로 민주당이 고발한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 등의 사건도 공공수사2부에 배당됐다. 앞서 지난달 말 김건희씨 ‘소가죽 종교행사 후원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공표로 국민의힘이 고발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 사건 역시 이 부서에 배당된 상황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선거가 끝난 뒤 여야가 ‘상생’과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일괄적으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이 관례였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이 끝나고, 이듬해 3월 민주당과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서로 합의해 대선 기간 고소·고발건 38건 가운데 34건을 일괄 취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 뒤에도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서로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다만 이번에는 이런 관례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당이 서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고소·고발한 사건이 대장동 특혜 의혹이나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대선 과정에서 첨예하게 맞붙은 사안인 데다, 6월1일 시·도지사, 지방의회 의원 등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은 앞으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는 만큼, 지방선거용으로 두 당이 취하하지 않을 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수사에 들어간 사건은 정치권 취하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의지에 따라 수사를 계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