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오는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최근 김오수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 폐지에 찬성 의견을 밝힌 것을 두고는 “총장으로선 당연히 낼 수 있는 입장”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책임행정의 원리에 입각해있다”며 “과거에는 수사지휘권이 행사된 적이 (거의) 없지만, 책임행정의 원리와 투명성 원리를 두고 볼 때 소위 권위주의 정권 때 암묵적인 수사지휘가 없었냐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책임행정과 투명성) 차원에서 여전히 수사지휘권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대 수사지휘권은 4차례 발동됐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1차례, 문재인 정부에서 3차례 발동됐다. 문 정부에서는 추미애 전 장관이 두 차례, 박 장관이 한 차례 발동했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 폐지에 앞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담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찰청은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법무부에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검찰 입장에선 ‘수사를 잘 할 테니 지휘하지 말아달라’는데 당연한 이치일지 모르겠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수사를 어떻게 공정하게 담보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검찰의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을 놓고서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검찰이 특수활동비 등의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한다는 것이 전제된다면 예산 편성권 독립성 부여는 필요하다. 그러나 입법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 계획에 대해선 “새 정부가 직제개편안을 바꾸려고 한다면 대통령령이기에 얼마든지 쉽게 바꿀 수 있다”면서도 “검찰을 당당한 준사법기관으로 국민 속에 안착시켜야겠다는 철학에 기초해 (그동안) 직제개편을 해온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많이 하는 게 검찰에게 좋은 일인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경찰 사건 송치 뒤 검사 직접 보완수사’ 등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박 장관은 대장동 특검 도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개별특검이나 상설특검 도입으로 조속히 이 논쟁을 종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오는 24일 인수위에 윤 당선자의 공약 검토 의견과 법무부 현안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새 정부가 당선자 뜻과 공약에 따라 법무행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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