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20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경찰에 의해 광화문 일대가 봉쇄되자 서대문 사거리에 기습적으로 집결해 집회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창룡 경찰청장이 12일 “정권 교체기에 불법집회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지시했다.
경찰청 설명을 들어보면, 이날 오후 김창룡 청장은 13일로 예고된 ‘민주노총 집회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내일 집회가) 지난해 수차례 반복된 불법집회처럼 예상되고, 이번엔 특히 정권 교체기에 있으니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불시집결과 이동상황을 파악하는대로 신속히 전파해 번지지 않도록하라”고 지시했다. 김 청장이 이날 지시사항에서 ‘정권 교체기’를 강조한 배경엔 지난달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은 뒤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고 경찰의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3일 가용 경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통의동 주변과 사직로·율곡로·세종대로 등에 차벽을 준비하는 등 민주노총 집결이 예상되는 장소에 경력과 차량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방침이다. 1차적으로 다수 인원이 모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집결을 강행할 경우 경력으로 제지한 뒤 해산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화경찰도 배치해 집회 참가자와 시민, 경력 간 마찰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처럼 민주노총이 게릴라성으로 불시에 특정 장소에 집결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경찰은 이날 민주노총 집회에 약 4천여명이 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민주노총 집회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전국농어민대회 등 서울 전역에 120개부대 80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집회 상황에 따라 도심권은 종로·세종대로 등을 통과하는 지하철 또는 노선버스(마을버스 포함)의 무정차 통과와 차량 우회 등 교통통제도 이뤄질 수 있다. 지하철의 경우 경복궁·안국·광화문·시청·종각·종로3가·을지로입구·을지로3가·서대문역 등에서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거나 역사 출입구가 통제될 수 있다.
앞서 민주노총은 가맹·산하 노조별로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근처를 포함해 여의도, 광화문 등 도심 곳곳에 모두 66건의 집회를 신고했다. 현행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최대 299명까지 참가하는 집회만 허용되는데, 서울시는 민주노총이 1만명 이상 모인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쪼개기 집회’ 라는 이유로 집회 금지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11일 서울행정법원에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근처인 적선동 로터리에서 299명 집회를 금지한 서울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집회 장소를 인수위 사무실 인근 한 곳으로 제한하고, 집회시간도 1시간만 허용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집회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집회 허용 범위에 제한을 뒀다. 재판부는 △집회 일시는 13일 오후 1~2시로 하고, 장소는 경복궁 고궁박물관 남쪽 인도 및 1개 차로로 할 것 △참석 인원은 299명 이내로 한정 △다른 공간과 집회 장소가 명백히 분리돼야 하고, 집회 참석자들은 간격 2m 이상 거리를 두고 케이에프(KF)94 마스크를 착용할 것 △일반 보행자와 접촉하지 않고, 집회가 종료되면 차례대로 해산할 것 등을 명시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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